천태종 운덕 대종사


불자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혹시 텔레비전에 깊이 빠지는 경우가 많나요?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초등생의 경우, 하루 TV 시청 시간이 2시간 12분이고 주말엔 4시간 43분이라고 합니다. TV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어두기 때문입니다. 즉 게으르고 나태하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가 TV 시청에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TV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면 사고력과 상상력 수준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당연히 학업성적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은 스스로가 깊은 침체에 빠집니다. 학우들과의 어울림에도 둔감하게 되고 스스로의 변화에도 나타해지게 마련입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됩니다. 다시 말해 한 곳에 머무르는 존재로서 스스로의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합니다.

자신의 발전을 추구하려면 이처럼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향락적인 도구에 얽매여 있으면 곤란합니다. 향락은 사람을 한 곳에 머물게 하고 방탕하게 하며 게으름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숫타니파타〉에서는 “성인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안주한다는 의미입니다. 편안하게 지낸다는 뜻의 안주는 자신도 모르는 새 방일과 방종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방일은 자신의 후퇴를 가져옵니다. 퇴보를 부른다는 말입니다. 부처님은 그래서 수행자들에게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은 절대로 안주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동진대사는 신라시대에 태어나 고려시대 초를 살았던 고승입니다. 당나라를 유학하고 돌아와 완산주(지금의 전주)에 주석했습니다. 당시 최고 통치자였던 견훤이 동진대사의 자비로운 모습을 흠모해 완산주 남쪽 남복선원(南福禪院)에 주석해 주길 청했습니다. 그러나 동진대사는 “새도 머물 나무를 가릴 줄 아는데, 내 어찌 박이나 오이처럼 한 곳에만 매달려 있어야 한단 말이오?”라며 거절합니다. 한 곳에 집착하지 않는 수행자의 의지가 이 말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또 경영학에 ‘붉은여왕 효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롤의 〈거울을 통하여 (Through the Looking Glass)〉 라는 책에 언급된 것으로 어떤 대상이 변화를 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대상이 더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뒤쳐지게 되는 원리를 말합니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경영학에서 이 효과는 노동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수익률(ROA, Return on Assets)은 1965년 이후 계속 감소하기만 하고, 노동생산성을 계속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생산성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자산수익률이 2020년이 되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됩니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경쟁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가치창출의 원천은 자산이 아니라 지식의 흐름으로, 가치창조의 수단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근본적인 관리와 경영방식의 혁신을 요구합니다. 그런데도 경영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우위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회사는 성과를 창출하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변화를 읽는 힘이 떨어지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한 곳에 안주하게 되면 변화를 읽는 힘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스스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집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는 경고는 그래서 우리에게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현하 우리사회는 글로벌화된 국제관계에서 꾸준한 변화와 적응체계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낙오될 수밖에 없는 것이 뼈아픈 현실입니다. 과거의 거대 공룡처럼 몸짓만 키우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공룡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를 읽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스스로 도태의 아픈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경영자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추어주길 원합니다. 나아가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은 변화의 힘이 없을 경우 세속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결국 도태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국제사회에 맞서 당당하고도 떳떳하게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물 안에서 세상을 보려는 개구리의 모습을 탈피하고 세상 밖에 나와 변화의 기류에 몸을 담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는 항상 분주히 자신을 움직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태와 방일에 빠질 수 있는 자신을 늘 성찰하는 시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쉼 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머뭄’이란 없습니다. 발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인물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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