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사회에서 회자되는 말 가운데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가 있습니다. 과거 VIP에 강조하는 뜻으로 V를 더 붙여 ‘특별히 더 중요한 사람’이란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VVIP는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그룹일까 반문해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대중적 존경의 대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금전적 재력을 이용해 허세를 부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한 예로 우리나라의 어느 유명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얘기입니다. 의상실 고객 가운데 VVIP에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합니다. 옷값을 높게 불러도 그들은 싸게 해달라고 흥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격을 흥정하는 자체가 체면을 구기는 짓이며 자신들의 금전적 위엄을 깎는 자해행위로 받아들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고백하는 얘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별 일 아닌 것을 놓고 교만과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외형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다르다고 여기는 심리가 교만과 허세를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달가워 하지 않는 게 보편적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설문내용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달 알바천국이란 포털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 1,266명을 상대로 ‘새학기 캠퍼스 선후배 의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교에서 가장 꼴볼견으로 ‘허세 떠는 선배’가 32.5%로 1위에 꼽혔습니다. 2위는 28.5%를 얻은 ‘카사노바 선배’였습니다. 선후배 가리지 않고 작업을 거는 사람을 가볍게 여기는 결과입니다. 이어 사사건건 간섭하기 좋아하는 선배가 19.4%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남녀간 성문제에 도발적이거나 가볍게 처신하는 사람보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더 밉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허세와 교만을 떠는 이들은 불교의 〈법화경〉에도 등장합니다. ‘방편품’에 의하면 어느 날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려 하시자 5천 명의 증상만(增上慢)들이 자리를 박차고 퇴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증상만이란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교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아만으로 가득 차 있고, 잘난 체 하는 사람입니다. 앞서 말한 허세와 교만으로 무장된 사람인 것입니다. 이러한 무리가 〈법화경〉을 설하시려는 부처님 말씀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퇴장합니다.

증상만은 왜 부처님 말씀 듣기를 집단으로 거부하고 나섰을까요?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당신이 〈법화경〉을 설하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나 천신이 모두 놀라고 의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천태는 증상만들이 의심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고찰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도에 반대하며 의심을 일으키기 때문에 손해본다고 생각해서 놀랍니다. 둘째는 보살행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놀랍니다. 셋째는 번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생각이 뒤바뀌어 놀랍니다. 넷째는 대승적인 회향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에서 놀랍니다. 다섯째는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해서 놀랍니다.

또 〈법화현의〉에 의하면 증상만은 일곱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잘못된 공덕을 갖추고 있는 증상만이며, 둘째는 오직 성문의 가르침이 최고라 생각하는 증상만이며, 셋째는 대승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증상만이며, 넷째는 실제로는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증상만이며, 다섯째는 실제로는 산란하여 선정에 들 수 없으면서도 선정에 능숙한 것처럼 말하는 증상만이며, 여섯째는 공덕을 모르는 사람으로 이는 대승법을 설하면서도 대승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 증상만이며, 일곱째는 공덕이 전혀 없는 증상만입니다.

교만과 허세로 치우친 증상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척’한다는 것입니다.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그 헛됨이 실제로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조롱을 받게 됩니다. VVIP들이 재력으로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진정한 마음과 수양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면 존경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의 천박성을 내세워 자신을 치장하려 하므로 세상의 존경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삿트야 니간타라는 장로 바라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총명과 지혜가 뛰어나 명성이 자자했으나 자아도취에 빠져 교만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는 철판으로 배를 싸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물어보면 “지혜가 터져 나올까 두렵기 때문이오.”라고 으시댔습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밝고 지혜로운 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교화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그는 “내가 지금 그에게로 가서 깊고 묘한 이치를 물어 말문을 막아 버리겠다”하곤 기원정사로 찾아 가 부처님께 어떤 이를 가리켜 장로라 하는지 물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장로인가?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장로인가? 그의 나이 헛되이 늙었으니 그것은 속이 빈 늙은이일 뿐. 진실과 진리와 부드러움과 불살생과 절제로서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 그를 진정한 장로라 하네.”

삿트야 니간타는 얼굴이 벌개져 부처님께 참회의 예배를 올렸습니다. 자신을 겸허히 하여 교만을 버릴 때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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