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고향을 찾아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과 친지를 만나는 일은 늘 가슴 설레게 합니다. 만남 자체로 ‘행복을 빚고 희망을 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추석을 맞아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단지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제사에는 나의 마음을 정갈히 한다는 기본이 전제됩니다. 이 정갈한 마음으로써 제사를 지내게 되면 스스로의 안위도 이루어지고 자손된 도리로서 그간 잘못된 불효를 씻는 것 같은 생각도 들게 됩니다. 일종의 ‘힐링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정갈히 하지 못하고 불만스럽게 제사를 치르게 되면 모처럼 만난 고향친지들과 괜스레 불편한 만남으로 그치고 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 좋은 명절 만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이 아주 좋아할 값진 선물이 중요합니다. 값진 선물이란 비싼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금액으로는 얼마되지 않는 초라한 물건이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보도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각종 미담이 전해지고 있어 훈훈한 명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밀린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체들과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고 각종 사회복지단체는 이주민 등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향한 ‘사랑과 자비 나누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사랑 나누기가 명절을 전후로 단발성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호떡이 아닙니다. 한 순간 단 맛을 남긴 채 먹어 없어지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랑은 영원의 속성을 지니고 오랜 기간 지속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법입니다. 〈자타카〉에 나오는 다음의 이야기는 부처님이 가르치는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옛날 인도의 한 국가에 화묵(和默)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화묵왕은 바라문과 무당을 섬겼고 생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일을 당연시 여겼습니다. 왕의 어머니가 어느 날 중병에 걸렸습니다. 왕은 이름난 의사를 불러 치료케 하고 무당들에게 굿을 올리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은 날로 더해 갔습니다. 그러자 왕은 바라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바라문들이 말했습니다. “별들이 뒤섞여 음양이 고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해와 달과 별들에게 제사할 백 마리의 짐승과 어린애 하나를 죽여 하늘에 제사지내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이에 왕의 분부가 떨어지자 제단으로 가는 길엔 슬픈 울음소리가 사방에 메아리쳤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소리를 들으시고 화묵왕을 찾아 제사가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이렇게 가르치심을 주셨습니다.

“곡식을 얻으려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며, 큰 부자가 되려면 보시를 베풀어야 합니다. 장수를 누리려면 큰 자비를 베풀어야 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배우고 물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일을 행할 때에 그 뿌린 바에 따라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법구비유경〉 ‘자인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세계 최고령 시인으로 등단해 활약하다 올해 1월 별세한 시바타 도요(1911~2013)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시바타 도요는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33세에 재혼해 외아들 겐이치를 낳았습니다. 1992년 남편과 사별 후 살기가 너무 힘들어 자살하려는 마음을 여러 차례 품게 됩니다. 하지만 그 질곡의 인생을 헤쳐가며 90세가 넘어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는데 아들 겐이치 덕분이었습니다. 겐이치는 어머니에게 ‘시 쓰기’를 권유하였습니다. 이것은 어머니에게 드린 엄청난 선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시바타 도요는 시 쓰기를 통해 꿈같은 노후의 행복을 맛봅니다. 산케이신문을 통해 등단하고 2009년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합니다. 이때 그녀의 나이 98세였습니다. 그녀의 시집은 일본 내에서만 150만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일본 열도를 감동시킨 것입니다. 왜 이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을까요?

그녀의 시는 독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서는 선물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표제이기도 한 ‘약해지지 마’ 시 내용입니다.

있잖아, 불행하다고/한숨 짓지 마/햇살과 산들바람은/한쪽 편만 들지 않아/꿈도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나도 괴로운 일/많았지만/살아 있어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이 시집은 일본 독자들에게 마음 치유의 큰 선물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시인의 인생역정까지 곁들여 읽다 보면 누구나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의지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추석 명절을 기해 불자님들도 이 같은 선물을 제각각 마련해 보시길 제안합니다. 진심을 담아 가슴으로 나누는 선물은 감동의 흔적으로 남아 오래오래 자비의 인연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의 마음도 정화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물이야말로 요즘 흔히 말하는 힐링의 가치를 지닌다 하겠습니다. 올 추석 명절은 그래서 환한 웃음이 번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