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마가 지나가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듭니다. 또한 대학은 물론 초ㆍ중ㆍ고등학생까지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본격적으로 피서철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여러분이 올해 휴가를 기분좋고 상쾌하게 보낼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질서와 조화에 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휴가지에서 무질서한 행동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 등은 다른 이의 기분을 모두 망치게 합니다.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려고 떠난 여행이 도리어 더 심각한 스트레스만 쌓아 돌아오는 꼴입니다.

질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지만 또한 가장 지켜지지 않는 인간의 기본행위이기도 합니다. 사회는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운영됩니다.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혼란과 분쟁으로 치달아 결국 쇠망으로 가게 됩니다. 그만큼 질서는 인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질서는 또 자연의 조화로움을 이루게 하는 핵심으로도 정의됩니다. 여러분은 수천수만 마리의 새떼가 하늘을 치솟아 오르는 광경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 새들은 한 순간 동시에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비행하지만 서로가 부딪혀 상처를 입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은 경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수 천 수 만 마리가 동시에 하늘을 날면서도 부딪히는 일 없이 평화로운 비행을 할 수 있을까요? 다름 아닌 그들만의 질서를 잘 따르기 때문입니다. 질서는 곧 나의 평안과 행복이면서 또 남에 대한 자상한 배려입니다.

그렇다면 질서를 지키지 않을 때 사회적 손실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지수는 0.71로 OECD국가 평균 0.44보다 2배 가까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연간 270조 원 이상을 사회갈등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갈등은 기본적인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대립과 대치를 부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독일이 ‘홀로코스트’로 상징되는 폭력과 광기의 나찌즘에서 벗어나 자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이나 다른 나라까지 배려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상으로 존중하는 인권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회갈등으로 빚어지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가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준수해야 할 기본 에티켓도 소홀히 취급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경상북도의 경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4,797톤에 이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2만 2천명의 인력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슬그머니 버린 양심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비싼 비용을 지급한 셈입니다.

부처님의 전생이야기 <자타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몸이 뚱뚱하고 얼굴이 추한 한 촌여자가 심부름을 나왔다가 왕의 동산 가까이 오자 용변이 마려웠습니다. 그녀는 치마로 몸을 가리고 앉아 용변을 보고 또 흙을 덮어 처리한 후 자리를 떴습니다. 마침 왕이 창에서 동산을 내려보고 있다가 그 여자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저 여자는 아무도 없는 이런 동산에서 용변을 보면서도 부끄러움과 위험을 고려하여 치마로 몸을 가린다. 이를 보니 행실이 바름이 분명하며 그 자녀들도 순결하고 덕행이 바를 것이다. 나는 저 여자를 첫째 부인으로 삼으리라.’ 왕은 그 여자를 알아 본 결과 남의 아내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첫째 왕비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여자는 왕의 사랑을 받으면서 얼마 후에 왕자를 낳게 되었는데 그 아들이 후에 전륜왕이 되어 선정을 펼쳤습니다. 보살은 그 여자가 출세한 것을 보고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대왕님, 배울 가치가 있는 기술은 무엇이나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 큰 복을 만난 여자는 용변을 볼 때 부끄러움과 위험을 고려하여 치마로 몸을 가린 단순한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렇게 왕비로 출세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질서가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일화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못생기고 뚱뚱하고 더군다나 촌지역 출신의 여자가 왕의 눈에 띄어 배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은 질서의 실천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부끄러움’이란 남의 이목을 의식하는 것으로 달리 말하면 대중에 대한 ‘배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위험’이란 자신의 처신이 천한 행위로 떨어지게 됨을 경계하는 뜻입니다. 비록 촌여자는 용변을 보면서도 타인에 대한 의식과 청정한 질서를 보여줌으로써 ‘왕의 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질서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남과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 만든 작은 약속이며 실천입니다. 꼭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가지고 양심에서 우러나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산과 계곡을 비롯한 전국 명승지마다 사람들로 붐빌 것입니다. 이러한 자리에서 우리 불자님들이 먼저 질서를 지키는 모범을 보인다면 상큼하고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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