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지하 장기점유
비리 얽힌 한국의 자화상
감시와 견제로 바꿔나가야

공공도로지하점용 문제로 불거진 ‘사랑의교회’ 특혜의혹 사건의 주민소송 1심에서 지난 7월 9일 법원은 “도로지하점용 허가처분이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주민소송을 각하하였다. 국가기관의 무리한 행정행위를 주민들이 바로잡을 가능성을 열어둔 주민소송 제도 자체를 아예 무력화시키는 독단적이고 반민주적인 판결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초구청의 건축허가 자체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따질 기회조차 없앤, 교묘히 비껴간 판결이다. 1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세 전문집단의 의견에 맞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첫째, 2008년 사랑의교회보다 훨씬 경미한 공공도로지하점용 건에 대해 대법원은 사적 이용을 불허한 동대문구청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둘째, 2011년 6월 서초구민들이 서울시에 청구한 감사결과, 서울시는 모든 사람들이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아님에도 지하실에 해당한다며 허가한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부당한 행정행위로서 시정과 함께 관련자 징계 조치를 서초구에 요구하였다. 셋째, 이러한 주민행정소송이 전례가 없던 만큼,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위해 행정법학자 2인의 전문의견을 구한 바, 지난 4월 전문심리위원 2인 모두 “주민소송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도로지하의 장기점유는 위법하다”고 통보한 바 있다. 재판부가 필요에 의해 구한 전문가의 의견조차 스스로 묵살한 셈이다.

무엇이 우리 사법부의 목을 이토록 죄고 있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일개 판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거대한 힘, 부패하고 음습하게 얽힌 권력이다. 불법행정처분이 내려지고, 게다가 만천하에 알려지고 난 후에도 뻔뻔하게 버티는 데는 그만큼 덩치 큰 이해관계집단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교회 건축특혜의 경우는 사법부, 행정부, 국회의 3부 권력이 다 동원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대법원장은 오랫동안 고도제한에 묶여 개발이 어려웠던 대법원 앞을 사랑의교회 신축에 맞춰 두세 차례에 걸쳐 고도제한을 풀어주었고, 현직 감사위원, 장관 및 은행총재 출신 등이 나서서 로비를 하며 버티고 있으며, 당시 여당 국회의원은 “건축허가를 위해 발벗고 뛰었다”고 해 불법을 합법으로 하기 위해 국민이 맡겨준 권력을 휘둘렀다고 스스로 고백했으니 말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변론을 여러 차례 연기해 시간을 끌더니, 지하설계도면 등 신청증거물조차 채택하지 않고, 스스로 요청한 법학전문가의 의견마저 무시한 채, 마치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짜 맞추기 한 듯한 어이없는 판결에 동의할 시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황당한 판결에도 시민들은 조용하게 그러나 즉각 항소함으로써 법치를 존중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었지만, 당일 무리한 판결에 소란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재판부가 미리 경찰을 대기시켰었다고 하니, 그나마 최소한의 법원양심은 남아있었다고 자위라도 해야 할지….

선진사회는 법치가 이루어지는 사회다. 변칙과 반칙이 허용되어서는 결코 선진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 특히 종교와 정치가 권력으로 얽히면 정교분리의 헌법정신도 무너지고 사회는 불안해진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국민의 감시와 견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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