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철/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청정한 수행력 바탕된 재의식
불교 의미ㆍ가치 담긴 종합예술
정형화 된 형태로 전승해야

백중 우란분절을 앞두고 각 사찰에서는 천도재, 영산재, 수륙재 등 각종 재의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의식은 돌아가신 선망부모나 유연무연의 영가들을 천도하는 목적으로 거행된다. 이러한 재의식은 일종의 불교적 효행의 실천방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데 불자들의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각종 재의식은 비록 조상천도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복위자인 자신의 복덕과 지혜를 증득하기 위한 방편임을 불자들은 알고 있다.

재의식의 구성체계와 내용 속에는 현대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포교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여기에는 게송으로 된 작법의 내용이 있으며, 사물을 활용하는 소리문화가 있다. 육성으로 하는 범음이 있고, 삼현 육각의 악기를 사용하는 연주음이 뒤를 받쳐 준다. 그리고 범음과 연주에 맞추어 작법무가 등장한다. 작법무도 애벌레가 알을 까고 나와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린 나비춤을 비롯하여 승무, 바라무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재의식을 거행할 때 재단을 만들고 음식을 진설하고, 괘불(掛佛)을 걸고, 결계(結界)를 표시하는 등의 모든 활동은 인간의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청정하게 정화시키려는 불교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불교적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종합예술이 바로 재의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재의식의 내용을 의식 작법의 형태로만 가두어둘 것이 아니라 신도들에게 전승시켜 불교문화포교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교의 재의식이 성스러운 이유는 출가 수행자의 청정한 수행력을 바탕으로 거행되기 때문이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육근청정을 수행의 중요한 과정으로 삼고 있다. 육근청정이란 이와 같은 감각기관을 지배하는 마음을 청정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육근청정문화 중에서도 신근청정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 형성되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근청정문화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속에서 신구의 삼업행을 청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신근은 “촉각이나 아픔을 느끼는 감각기관인 몸”을 의미하는데, 이는 몸의 접촉을 통해서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는 기능을 한다. 신근을 청정하게 한다는 것은 몸으로 접촉하거나 행위하는 과정에서 선행을 통하여 선근을 증장시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신근청정문화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대중화할 수 있는 것이 북명상이다. 이것은 일정한 가락으로 북을 치면서 몸을 움직여 동적인 명상체험을 하면서 동시에 그 북소리에 집중하여 깊은 정적 명상을 체험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익히면 생활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실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문화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사회적으로 오랜 동안 공유하고 있으며, 문화적 가치가 부여된 행위문화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근청정문화는 정형화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일상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그 자체가 모두 포함된다. 다만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불교문화의 형태로 전승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을 적극 활용하면 문화포교의 중요한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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