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습니다. 난민(難民)이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적 분쟁과 탄압을 피해 조국을 떠나게 된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조국을 떠나 있는 난민 수를 2012년 말 기준으로 1540만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난민은 지구상 최약자층으로 분류됩니다. 이에 따라 난민 관련기구들은 실향민과 난민 지위 신청자까지 더한다면 지구상에서 4520만 명의 숫자가 자신이 있을 곳에 거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현재 난민의 법적 지위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난민의 폭발적 증가는 심각한 국제분쟁이나 내전 등이 일어날 때 발생합니다. 1990년대 중반 ‘인종청소’가 자행됐던 유고슬라비아와 내전이 벌어진 소말리아·르완다 등이 대표적인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난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목소리에 반대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꺼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7월 1일부터 난민법이 발효됩니다. 국제사회의 난민협약을 준수할 뿐 아니라 국가가 독립적으로 통합적 난민법을 시행하는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2011년부터 한 해 1천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받는 승인율은 12.4%로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세계 평균(37.8%)을 놓고 볼 때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불교계는 이러한 난민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불교는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난민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말은 연기법에 근거한 불교정신입니다. 근대불교의 대선사로 알려진 만공월면(滿空月面 1871~1946)스님이 주장한 것인데 앞의 부분만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세계는 한 송이 꽃/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 어리석은 자들은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인 줄을 모르고 있어/그래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적과 동지를 구별하고/다투고 빼앗고 죽이고 있다.”

연기의 그물망은 결국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한 그물코에 얽혀있는 인과관계의 존재임을 모르고 너와 나를 나누어 분별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이제는 세계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정신 ‘세계일화’인 것입니다.

또 경전에서 문수보살님은 중생을 대할 때의 자세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은 자비로 군생(群生)을 구호하라고 가르치시며, 남을 해치는 마음없이 모든 중생을 민애(愍愛)하라고 가르치신다.”고 말입니다. 문수보살의 이 말씀은 뭇생명을 자비로 애호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법염처경>에서도 “만약에 길을 가다가 개미·지렁이·날벌레·개구리 및 그 밖의 작은 벌레 등 여러 곤충이 길바닥에 있거든 그 벌레들을 피하여 멀리 둘러가야 하니, 자비심으로써 뭇 생명들(중생)을 보호하기 때문이다”고 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난민은 최약자층에 해당합니다.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행위는 불교의 보살행과 직결됩니다. 지구촌에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인류의 염원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과거에는 개인의 깨달음을 중요시 했다면 오늘날에는 사회의 깨달음을 더욱 중요시하고 나아가 세상의 깨달음을 더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중생요익의 정신에 바탕한 때문입니다.

옛날 기로국(棄老國)에선 나이 많은 노인을 멀리 갖다 버리는 법이 있었습니다. 어떤 대신이 차마 나이 든 아버지를 버리지 못하고 땅을 깊이 파 은밀한 방에 모셨습니다. 그때 천신이 뱀 두 마리를 가지고 와 왕에게 암수를 가려내지 못하면 벌을 내리겠노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왕이 문제를 풀지 못해 고민할 때 대신은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부드러운 물건 위에 뱀을 놓아두면 거기서 부시대는 놈은 수컷이고, 꼼짝않고 있는 놈은 암컷이니라.” 과연 그러했습니다. 천신이 또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말 두 필을 놓고 어느 것이 어미이며 새끼인지를 물었습니다. 대신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일러주었습니다. “풀을 주어 먹게 해보아라. 어미는 반드시 풀을 밀어 새끼에게 먼저 먹일 것이니라.” 천신의 물음을 지혜롭게 모두 풀어내자 천신이 기로국왕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혜로운 이가 있는 너의 나라를 옹호해 외적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대신에게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대신이 자초지종을 말하자 왕은 노인을 갖다 버리는 법을 없앴습니다.

생명있는 존재에 대한 존경과 배려야말로 우리 불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그들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보살심이라 하겠습니다. 난민법 제정과 관련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비를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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