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 배타적 범죄 심화
기독정치인이 입법 막아
제도로 의식 변화시켜야

 

불교수행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월 서울 종로의 한 도넛가게에서 발생한 사건은 우리나라 종교혐오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 도넛을 사려고 들어가는 비구니 스님 앞을 한 여성이 가로막으며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 오냐. 여긴 교회에서 운영하는 데다. 당신한테는 도넛 안 팔아”라며 삿대질까지 하면서 나가라고 소리소리 질렀다고 한다. 이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해당 업체는 뒤늦게 사과와 함께 해명 글을 게재하면서 그 여성은 매장관자가 아니라고 했다지만, 자기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을 막고 실랑이를 하는 사람을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해명과 사과에 진정성이 없음은 물론 오히려 공범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교의 출가수행자들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비구니 스님의 경우, 전철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던 한 남자가 내리면서 그 스님 머리 위에 가래침을 뱉고 가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은 선진국이라면 제소당하거나 사회문제로 비화될 중대한 증오범죄들이다. 스님들도 개인적으로 충격과 모욕감을 삭이는 데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팽배한 증오심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문제화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도 일부 종립학교에서는 교사 임용 시 종교차별을 하고 입학식을 예배형식으로 치르며 종교교육에 순응하겠다는 서약까지 받는다고 한다. 더구나 이를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거나 종교권력의 눈치를 보며,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보수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대로 철회되었다고 알려져 안타깝다. 더욱 불편한 것은 황우여나 김진표 같은 여야 대표급 기독교의원들이 보수기독교계를 앞장서 대변한다는 사실이다.

종교인일수록 일반인들보다 더 심한 편견과 증오에 물들어 있어 사회적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가슴 속에 ‘사랑’의 꽃을 피우기보다, ‘증오’의 괴물을 키우는 것은 이미 종교일 수 없다. 사랑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증오를 밥 먹듯 하는 세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차별금지법안에 분명히 ‘합리적 사유 없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불가능하고 표현의 자유도 극도로 제한되는 것처럼 호도할 뿐만 아니라, 3천만원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선정적 언사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입법저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치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지만, 도도한 시대의 흐름인 인권의 진화는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인권감수성과 제도화 수준은 그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잣대다. 다수의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보다 다른 입장을 배려하는 유연하면서 관용적인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듯,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연습이 필요한 때다. ‘의식’이 ‘제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제도’를 먼저 만들어 ‘의식’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증오범죄 억제를 위한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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