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완연한 봄기운을 받아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맺혀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자연의 이법(理法)에 숙연해지는 자신을 느껴 봅니다. 자연의 이법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쓸데없는 가식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반면 인간의 삶은 불필요한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오해의 눈으로 바라보고 갈등을 일으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피운 담배를 아무 데나 휙 버리는 일상의 행동들. 이렇게 습관화되어 있는 행동들이 때로는 커다란 충돌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습관의 산물입니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몇 해 전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의 40%가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시점엔 의식적으로 결정하지만 얼마 후에는 생각조차 않으면서 거의 매일 반복하는 선택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에 훈습(薰習)이란 말이 있습니다. 향을 쌌던 종이가 향내를 풍기고 생선을 쌌던 종이는 비린내를 풍기듯 우리의 언행도 늘 좋은 것과 가까이 하라는 가르침을 던져주는 용어입니다. 실제로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이 몸에 배이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는 독소가 됩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대학자 연암 박지원은 “습관이 오래 되면 성품이 된다”며 스스로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것을 권했습니다. 습관은 연암의 말처럼 성품이 되기도 하고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무섭다’하는 것입니다.

〈습관의 힘〉이란 책을 쓴 찰스 두히그는 늦잠, 쇼핑, 야식, 흡연, 음주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습관은 3단계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고 주장합니다. 첫 단계는 신호입니다. 신호는 우리 뇌에 자동모드로 들어가 어떤 습관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자극으로 일종의 방아쇠라는 것입니다. 둘째 단계가 반복 행동입니다. 반복 행동은 심리 상태나 감정의 변화로도 나타납니다. 셋째 단계는 보상입니다. 보상은 뇌가 특정한 고리를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습관이 형성되는 데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신호와 보상이 서로 얽히면서 결과적으로 습관이 탄생한다는 것이 찰스 두히그의 이론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좋은 습관을 배양하는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쁜 것에 대한 유혹과 호기심을 물리치고 대신 좋은 것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더욱 강화하는 심리적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습관으로의 훈습이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훈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전에도 나오는 말씀이지만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젖이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래서 나쁜 생각과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쁜 생각과 나쁜 습관을 멀리 해야 어떠한 대상과 어떤 경험에 맞닥뜨려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은 조그만 관심과 노력으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법구비유경〉 ‘광연품’에 나오는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사밧티의 한 왕은 탐욕에 가득 차 눈은 물건에 현혹되고, 귀는 소리에 혼란되었으며, 코는 향기에 집착하고, 혀는 다섯 가지 맛에 탐착하였으며, 몸은 실컷 촉감을 향락하였습니다. 끼니 때마다 진수성찬을 대하고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먹다보니 몸은 자꾸 살찌고 불어나 앉았다가 일어날 땐 숨을 헐떡거리면서 몹시 괴로워했습니다. 왕의 몸이 자꾸 불어남에 따라 수레도 자꾸 큰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왕은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무슨 죄업 때문인지 몸이 저절로 불어나 동작이 몹시 불편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다섯 가지 일로 사람들은 살이 찝니다. 첫째는 자주 먹기 때문이고, 둘째는 잠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잘난 체 거들먹거리기 때문이고, 넷째는 걱정 근심이 없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일하지 않고 놀고 먹기 때문입니다. 이 다섯가지가 살찌게 하는 요인이니 만약 살을 빼고 싶거든 음식과 잠을 줄이고 오만한 생각을 없애며 백성들의 일에 대해 근심걱정하고 놀지말고 일을 하십시오. 그리하면 다시 여위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을 적게 먹을 줄 알면 그로 인해 살찌는 일 없고 소화 잘 되니 목숨 보전하리라.’ 이 게송을 왕은 요리사에게 외우도록 지시하며 음식을 내올 때마다 읊도록 했습니다. 게송대로 음식과 잠을 절제했습니다. 마침내 살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지므로 움직이는 것이 기쁨이 되었습니다.

습관은 이처럼 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기준이 됩니다. 좋은 향을 배게 하느냐 비린내를 나게 하느냐는 우리가 어떤 습관을 기르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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