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법인 공익이사제 종교계 일부 반발

'국고보조금 횡령 등 비리 예방' 필요
불교계 "타종교인 이사 참여 방지 땐 동의"

최근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가 사회복지법인시설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에 들어간 데 대해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법의 주요내용과 양측의 입장을 살펴봤다.  
 
△잇단 비리 근절 위해 입법

지난해 11월 서대문 사거리에서 성람재단 비리척결을 위한 공동투쟁단이 삼보일배를 하며 시위하는 모습. 1996년 사회복지법인 에바다 농아학교에서는 국고횡령과 노동착취, 강간 등 생활인들의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교직원들이 장애학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은 광주 인화학교 사건, 원주 상애원의 노동자 부당해고 등 크고 작은 비리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이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일부 사회복지법인의 비리 등을 지속적으로 지적,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13개의 정신요양시설, 장애인생활시설을 운영해 온 성람재단의 국고횡령 사건은 개정안 마련의 발단이 됐다. 지난해 6월 밝혀진 성람재단의 국고횡령 은 13개 시설 중 1곳에서만 27억원. 이 사건으로 조태영 전 성람재단 이사장은 5년형을 받고 구속 수감됐으나 관할구청인 종로구청은 성람재단 시설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후 성람재단 문제 해결과 반복되는 시설비리, 생활인의 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투쟁단이 결성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결국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을 비롯한 25명이 지난해 11월 14일 시설비리와 생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익이사제 상반기 중 시행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을 강화해 시설비리를 차단하고, 시설 생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뒀다. 개정안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임원 선임과 관련해서 △사회복지법인의 이사 수를 5인 이상에서 7인 이상으로 확대 △국고보조를 받는 시설법인은 이사 정수의 1/4 이상을 시·도 사회복지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 △이사의 1/3 이상은 사회복지분야, 감사 중 1인은 법률회계분야 전문가로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이사 정수의 1/4 이상을 시·도 사회복지위원회로부터 추천받아 임명하는 ‘공익이사제' 도입은 사회복지법인시설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을 받았다.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법인을 사유재산화하는 일부 비리법인들로 인해 전체가 불신을 받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복지부는 입법예고를 거쳤으나 사회복지법인들의 반발을 감안해 상반기 중으로 개정 법률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 장애인단체 "전면 개정해야"

시행은 일단 유보됐지만 각계의 찬반양론은 여전히 분분하다.
부청하 사회복지대표이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현행법상의 정부 감사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생긴 책임을 왜 법인 이사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냐"면서 "극히 일부에서 발생한 비리로 인해 전체시설을 투명하지 못한 범죄자인 양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측은 “미인가 법인시설 등이 늘면서 비리문제가 불거져 공익이사제와 같은 공공성에 맞는 통제장치가 필요했다"며 "시행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복지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6년 에바다 농아학교 사태 당시 재단 측의 비리와 맞서 싸웠던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는 "재단 측이 사회복지시설을 사유재산의 개념으로 생각해 재단 이사진을 친인척으로 채우고 비리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이 시설 비리의 본질"이라며 사회복지사업법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반발 제일 커

한국종교사회복지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1천 40여개, 가톨릭 9백 40여개, 불교계 5백 60여개 등 종교계에서는 현재 2700여개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을 운영 중이다. 개신교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런 수치와 무관하지 않다.
종교계에서는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을 강화해 시설비리를 차단하고, 시설 생활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개정안의 큰 틀에는 일단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특히 종교법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부인(타종교인)이 공익이사로 참여할 경우 종교 고유의 정체성 및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불교계는 "타종교인이 이사로 임명되지 않는다면 개정안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개신교 측은 공익이사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개신교 단체로만 이루어진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공청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공익이사제에 직접적인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이사제의 반대는 사설 복지법인의 잇속 챙기기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투명한 감사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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