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년에 비해 올해에는 벚꽃이 8일 정도 일찍 핀다는 소식입니다. 꽃은 남쪽에서 먼저 개화해 북상하는 게 자연이치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이법(理法)이 있습니다. 꽃은 그냥 저절로 우리 곁에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송이의 꽃망울을 터뜨리기까지 지난 겨울을 견디며 잉태한 씨앗을 내놓기 위해 쉼없이 자연과 호흡을 나누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세상에 ‘저절로’라는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요행을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해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대박을 꿈꾸며 일어났던 로또 열풍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해가 바뀌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나가자는 분위기에 힘입어 그런지 요행을 바라는 국민의 의식도 달라졌습니다. 최근 복권위원회를 관장하는 기획재정부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복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성인 절반이 넘는 60%가 “복권을 사는 것은 돈 낭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복권 구입은 일확천금을 좇는 도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복권을 구매하는 성인들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매 횟수도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합니다. 아직은 대박과 요행을 바라는 허황된 욕심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인간의 허황한 욕심은 지금이나 부처님 당시나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부처님은 당시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을 나무라며 “복은 농부가 농사를 짓듯 가꾸어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를 복전(福田)이라고 말하는데 즉 ‘삼보를 공경함은 물론 부모 및 고통받는 일체중생을 공경하고 보살피게 되면 자신에게 복이 생기므로 이를 복전이라고 한다(爲生我福故 名福田)’는 것입니다. 이렇게 복을 심어야 할 방안에 대해 세 가지를 경전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대덕복전(大德福田)입니다. 이는 불보살과 아라한 등을 공경하여 받게 되는 공덕을 말합니다. 즉 심성이 청정하고 깨달음을 증득한 사람을 공경하면 복전이 가꿔진다는 것입니다. 둘째, 빈고복전(貧苦福田)입니다. 대덕복전과 달리 이것은 축생을 포함해 노약자와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 또 장애인과 굶주리고 헐벗은 이 등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을 자비심으로 보살피게 되면 복전이 된다는 주문입니다. 셋째, 대덕빈곤복전(大德貧困福田)입니다. 성자와 빈고한 이를 아울러 한편으로는 공경심으로 대하고 또 한편으로는 연민의 자비심을 내어 보살핀다면 복전의 종자가 두루 퍼진다는 것입니다.

복전을 넓게 실천한 대표적 인물이 아쇼카왕입니다. 아쇼카왕은 전쟁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살상한 데 대해 깊이 뉘우치고 불교에 귀의한 이후 불법에 의지해 정치를 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의 정치를 ‘다르마 통치’라 부르기도 합니다. 아쇼카왕은 불교 뿐 아니라 이교도들까지 포함해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했습니다. 사람들은 물론 축생들을 위해 요양원을 지었고 약초와 과수를 재배했습니다. 또 복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다리를 놓고 도로 표지를 설치하였으며 우물을 파고 휴양소를 지었습니다. 이렇듯 복전은 대중들에게 널리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전도선언에서도 복전의 가르침이 나타납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한 중생이라도 더)모든 중생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전법의 길을 떠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실제로 내가 지금 받는 복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며 더욱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내가 쌓아놓은 선업으로 인해 주어지는 결과입니다. 우리가 복전을 넓혀가야 하는 이유도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함입니다. 복이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사밧티의 파세나디왕이 낮잠을 자다가 두 내관이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왕을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네.” 이 말에 다른 내관이 말했습니다. “나는 의지하는 데가 없으니 내 업력(業力)으로 살아가는 수밖에.” 왕은 이 말을 듣고 왕을 의지해 살아간다는 내관에 정이 쏠렸습니다. 그리하여 상을 주려는 생각으로 당직을 보내 왕비에게 미리 일러두었습니다. “내가 곧 내관 한 사람을 보낼 테니, 그에게 돈과 의복과 패물을 두둑히 주어 보내시오.” 이윽고 왕은 그 내관을 불러 자신이 마시다 남긴 술을 왕비에게 갖다 드리라 하였습니다. 이에 내관이 술을 가지고 문을 나서자 코에서 주르륵 피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는 같이 있던 동료 내관에게 대신 심부름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왕비는 술을 가져 온 내관에게 왕이 분부한대로 돈과 패물을 두둑히 주어 보냈습니다.

〈잡보장경 제2권〉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업력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복전입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복전을 더욱 넓혀나가도록 정진해 나가는 것은 어떨런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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