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ㆍ학부모에 후원계좌 적힌 명함 돌려

최근 종교편향 교육과 학교 내 종교자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영훈고의 한 교사가 노골적으로 선교후원 모금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의 국어담당 최모 교사는 자신의 개인 명의 후원계좌번호가 찍힌 명함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여러 해 동안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사는 교내에서 개신교 선교활동을 활발히 해와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최 교사는 학교 앞 호프집을 사들여 ‘영훈선교회’라는 사무실을 차리고 영훈고 학생들과 함께 예배를 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후원금은) 교내 (개신교) 쉼터 운영과 식음료 등 개신교 동아리 예배지원, 동아리 내 어려운 학생을 돕는 데 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한 교내 개신교 동아리 활동은 예배, 성경공부 등이다.

또 학교 인근 신성교회의 영혼찬양축제인 ‘블레싱데이’ 행사가 종교사학도 아닌 일반 사립고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영훈고 관계자는 교내 선교활동에 대해 “학교재단과 개신교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특정교사의 독단적 행동”이라며 “비개신교 학생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고 못 박았다. ‘블레싱데이’에 대해서도 “학교와는 관련이 없는 행사”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실상 최 교사의 선교활동을 학교 측에서 도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특정교사의 도를 넘은 선교행위에 대해 학교 측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종교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교사가 담당하는 과목이나 학급에서 비신자에 대한 차별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학교 내 종교편향에 대한 입법과 발의는 현재까지 제기되지 않았다.

교내 선교행위와 종교강요는 최근 발의된 ‘차별방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종교ㆍ성별ㆍ학력ㆍ지역ㆍ인종 등 여러 차별 요소들에 정면 대치되는 만큼 시급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신교 교육 순응하겠다” 선서도 강요

2005년 강의석 씨가 종교자유 침해로 소송했던 대광학원이 여전히 개신교 교육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4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대광중학교는 226명의 입학생이 모인 입학식 행사장에서 목사가 설교를 하고 찬송가와 기도를 하는 등 사실상 개신교 예배형식으로 식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투브에 공개된 대광중 입학식 영상자료에 의하면 학교 측은 이날 찬송가 ‘빛의 사자들’을 부르고, 성경책 구절을 읽기도 했다. 또 학생들에게 개신교 교육방침에 순응한다는 선서를 하게했다.

이 영상자료는 대광고등학교를 졸업한 강의석 씨가 직접 촬영해 유부트 상에 올린 것. 강 씨는 “학교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대광고등학교를 상대로 종교자유 침해 소송을 벌였고,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강 씨는 이 동영상을 게시하며 “아직도 학교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학생들에게 선서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찬송가로 시작한 이 동영상에서 교목인 용석범 목사는 설교를 통해 “우리학교는 아시는대로 하나님이 세운 기독교 학교”라며 기도를 주재했다.

이어 “복음의 씨가 뿌려져서 대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예수님을 믿고 일생 예수님을 따라서~” 등의 교장 강연이 있었으며, 남녀학생에게 “기독교 교육 방침에 순응한다”는 내용의 선서도 하게했다.

문제는 대광중은 개신교 신자들이 선택해서 가는 학교가 아니라, 주거지 등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배정받아 가는 학교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광중이 학생들의 종교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혜용 스님)는 예배형식 입학식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공문을 통해 해당학교에 대한 즉각적인 시정조치, 학교 내 종교편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공교육기관장 대상의 종교차별 예방교육 계획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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