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내성천 영화 ‘모래가~’ 시사회

“‘모래가 흐르는 강’은 내성천 안에서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꺼내놓음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강을 대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그 다음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본래의 효용과 아름다움을 잃고 망가져가는 낙동강 내성천의 변화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 시사회가 3월 14일 오후 3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렸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천성산 도롱뇽 지킴이로 알려진 지율 스님이 낙동강 강변에 텐트를 치고 기거하며 영주댐 건설현장을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영화다.

시사회 당일 새벽까지 자막작업을 했다는 지율 스님에게 시사회 소감을 묻자 “촬영기술도 편집기술도 배우지 않았고 또 생소해서 많이 힘들었다. 프로그램도 죄다 영어로 돼 있어 후반 작업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기술이 부족해도 이 영화에 담은 뜻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는 지율 스님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점이 화제가 됐다. 스님은 75분의 영상에 금빛 모래밭을 자랑했던 내성천 일대가 영주댐 건설 1년 만에 검은 자갈밭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삼성ㆍ대우 등 대기업 시공사들이 담합으로 공사비를 1조 1천억 규모로 끌어올리고, 수자원공사가 영주댐 수계지역에 수돗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아울러 공사 전 영향평가서상의 지질조사평가와 천변지반이 무너져 내린 현장을 전문가들과 함께 방문해 어떤 연유로 천변이 붕괴되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지, 낙동강 녹조현상을 불러일으킨 원인 등에 대해서도 묻고 있다.

지율 스님은 “영화를 찍으면서 항상 슬프고 항상 기뻤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내가 가진 생각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얘기해야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를 화두로 되새기다보니 항상 슬프고 또 기뻤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 스님, 총무부장 지현 스님, 사회부장 법광 스님 등이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스님은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독특한 지형이다. 발원지에서 3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모래지형이 형성된다”며 “그런데 지금 모래가 없어서 하류에서 지하수원이 낮아져 물이 안 나오고 주변지역이 사막화 되는 등 급속하게 망가지고 있다”고 내성천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올해 초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라는 생태모임을 결성해 아이들의 눈으로 본 내성천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며 “영주댐을 지금이라도 막지 않으면 14km의 수몰지구를 비롯해 70k에 달하는 긴 강을 모두 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었냐는 질문에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우리가 4대강 사업 전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순 없지만 내성천에 대한 대안은 제시할 수 있다”며 “물론 국책사업이니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불교계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시사회에 이은 다음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은 공사 중지 상황을 생각해 습지복원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4월부터 영국 등 습지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를 방문해 복원기술과 생태를 살펴본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습지복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원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라며 “자연 시스템을 공부하고 습지조사 등을 통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서울 신사 인디플러스와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등 전국 20개 예술전용관에서 3월말 개봉이 확정돼있다.

▲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시사회에 맞춰 열린 내성천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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