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전 안전문제와 해체기술’ 세미나

 

백 여 년 전 핵의 발견 이후 핵발전과 핵에너지의 이용으로 인류 문명은 획기적으로 발전해왔다. 그 위력에 힘입어 오늘날 원자력 발전소는 전 세계에 440여 개, 그 중 동북아에 90여 개, 한국에만 24개가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수많은 생명들을 앗아갔으며,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소련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대형 참사는 편리함이라는 달콤함에 취해있던 우리에게 원전의 위험성과 핵발전의 안전 확보 필요성을 일깨웠다.

핵발전소의 해체문제는 건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연구나 기술 축적은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향후 50년 간 매년 20조 원이 넘는 큰 시장인 점을 고려해도 핵발전소 장례 문제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 박광서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좌)와 이선종 원불교천지보은회 대표

불교계가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안전문제와 친환경적 해체기술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Environmental Decommissioning Engineering Nuclear Safety) 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불교생명윤리협회ㆍ원불교천지보은회에서 후원하는 ‘원전 안전문제와 해체기술’ 세미나가 3월 1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에는 1961년 첫 원전을 가동해 오랜 원전 운영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과 전력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어 핵에너지를 비롯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1960년대부터 60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안전한 해체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을 비롯해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법응 스님, 이선종 원불교천지보은회 대표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韓 “원전해체는 전문성과 규제감독 필수적”
獨 “노후 원전 즉각 폐쇄… 해체 기술 혁신”
中 “원자력안전엔 밀접한 국제협력 요구돼”
日 “안전해체 위해 전 세계 협력ㆍ도움 필요”

▲ 미하엘 자일러 독일 생태연구소 베를린 대표.

미하엘 자일러 독일 생태연구소 베를린 대표는 에서 ‘독일 원전 안전 문제와 극한 시험’ 발제에서 “독일은 2000년부터 현재 안전기준을 완벽하게 준수하지 않은 원전에 대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모든 노후원전을 즉각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독일의 원전 폐쇄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정부가 실시한 원전 극한시험에 대해 “대규모 지진, 큰 홍수, 교류 전원 완전 손실(대정전), 외부 전력 장기간 소실, 최종 열제거원 상실, 대형 항공기 충돌, 대규모 파도 등을 포함한 각종 극한조건에 대해 원전의 내구성을 시험했다”고 독일의 원전관리에 대해 소개했다.

  

 
 

▲ 얀 브레머(독일 칼스루에공대 기술연구소).

얀 브레머 독일 칼스루에공대 기술연구소 연구원도 향후 20년 사이에 17기의 원전을 해체해야 하는 독일의 상황을 들어 “원전 해체의 두 가지 쟁점은 해체허가 등 다양한 절차와 폐기물 처리를 위한 전문 인력”이라고 제시하고 “독일은 법적 틀과 절차, 원자력 분야에서 숙련된 작업경험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원전 해체를 위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지속적으로 해체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며 혁신을 꾀할 것이다. 연구소와 기업체가 주도적으로 혁신해 미래 해체를 위해 준비해야 할 때”라고 첨언했다.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11년 3월 지진과 지진해일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성물질이 대기와 바로 누출돼 반경 30km는 사람이 살 수 없고 논받도 갈 수 없는 곳이 됐다”며 원전 안전 해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이어 “해체는 단순히 철거가 아니다. 해체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펌프와 탱크 등 기기와 수km에 달하는 배관을 포함한 주변 설비로 이뤄진 방사화된 복잡한 계통과 방대한 구조물을 체계적으로 해체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 같은 해체는 원전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시간, 재원, 상세계획 및 면밀한 시공이 필요하며 원전 건설에 버금가는 전문성과 규제감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쳉쉬 중국 상하이 쟈오통대 교수.

쳉쉬 중국 상하이쟈오통대 교수는 “중국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안전과 중대사고 연구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원전 산업과 연구 및 대학을 포함한 안전연구공동체가 밀접한 협력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현황을 분석했다. 그는 “매년 1천만KW 수준의 원전 성장을 위해서는 매년 수천 명의 원전 기술자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 중 하나는 국제협력과 교류를 한층 더 밀접하게 하는 것”이라며 “원자력안전은 한 국가 수준에 그치지 않는 국제적 쟁점이다. 밀접한 국제협력과 교류는 연구개발의 과제를 달성하고 수준 높은 교육과 훈련을 성취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오카모토 코지 일본 도쿄대 교수.

오카모토 코지 일본 도쿄대 교수는 ‘원전 해체’ 발제를 통해 “일본원자력학회는 해체와 분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과 화재 방어를 포함한 해체와 분리 기준과 해체와 분리 기술 목록 등을 만들 계획”이라며 “미국과 독일은 풍부한 해체 경험을 갖고 있으며 안전한 해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지식을 고려해야 하며,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원전해체에 전 세계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우희종 서울대 교수(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의 사회로 서균렬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국내 원전 안전 현황과 급선무(김연민 울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독일 원전 안전 문제와 극한 시험(미하엘 자일러 독일 생태연구소 베를린 대표) △독일 원전 해체 기술과 해체 사례(얀 브레머 독일 칼스루에공대 기술연구소) △세계 원전 안전 해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재조명(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중국 원전 안전 과제(쳉쉬 중국 상하이쟈오통대 교수) △원전 해체와 중대사고관리 개선책(오카모토 코지 일본 도쿄대 교수ㆍ일본원자력학회 제염해체연구부회장) △국내 원전 안전점검 과제와 해체기술 조기확보 방안(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을 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지정토론에는 오다 타쿠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쿄대 교수)와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김정화 지식경제부 방사성폐기물과장이 참여해 핵발전소의 노화를 주제로 논의했으며 자유토론과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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