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수와 경칩이 지나고 어느 새 춘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 듯 진짜 봄은 꽃샘추위를 겪은 뒤에나 올 것 같습니다.

‘봄’은 계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희망은 긍정의 삶이기도 하거니와 건강한 삶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간혹 희망과는 달리 위기상황을 맞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처음 다부지게 먹었던 그 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처음 그 마음’을 불교에서는 ‘초심(初心)’이라고 부릅니다. 무엇을 이루었다는 자만(自慢)이 초심을 잃게 하면서 위기를 자초합니다.

그래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이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을 때 그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변명이 ‘초심을 찾겠다’는 내용입니다. 초심을 찾겠다는 이들의 얘기는 돌려서 말하면 초심으로 말미암아 ‘오늘의 성공한 나’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초심’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 다진 초심이 남달랐고 이 초심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성공한 사람으로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의 과신과 자만이 초심을 헝클어 결국 위기를 자초하는 형국이 거의 비슷합니다.

〈화엄경〉에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란 말이 나옵니다. 처음 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할 때 부처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이 말의 연원은 역시 부처님에게 닿아 있습니다. 부처님이 왕자 신분을 버리고 왕궁을 탈출하면서 갖게 된 초발심을 어떠한 역경과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국 대정각을 이루었다는 데서 나온 이 말은 수행자에게 영원한 지남(指南)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초심’은 바로 ‘초발심시변정각’에서 나온 말입니다. ‘초심’이 흩트러짐 없이 굳건해야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고 이룬 후에도 처음 그 마음이 여여해야 성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한 순간의 방심으로 초심을 잃게 되면 언제든 위기의 삶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20세기 대표 서양화가이자 조각가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Pablo Luiz Picasso 1881∼1973)는 “동심을 찾는데 40년이 걸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마음이란 형체가 없으나 시시각각 변합니다. 동심은 세월의 흔적에 따라 때가 묻고 순수함을 잃어갑니다. 따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동심을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더욱 동경합니다. 피카소는 이런 의미에서 동심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그래서 지금까지 명작으로 읽히는 소설의 하나입니다. 주인공인 어린 소녀 도로시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모험담은 흥미진진합니다. 생각할 줄 아는 뇌를 갖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싶은 양철 나무꾼, 용기를 얻고 싶어 하는 겁쟁이 사자가 도로시와 함께 갖가지 위험과 모험에 도전합니다. 이들이 온갖 위험과 모험을 돌파하는 데에는 지혜와 사랑과 용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혜와 사랑, 용기는 바로 초심을 잃지 않아 얻어지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동심이 우리의 초심을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즈의 마법사’는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초심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열정’과 통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 순진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의 법문을 ‘순일’(純一)한 것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부처님의 법문은 과장되거나 꾸미거나 수식되지 않는 것이어서 순일한 것이라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듣기 좋은 말로 치장하거나 위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아 순일한 것이라 불립니다. 그러므로 허공법계에 두루하나 걸리거나 변색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순일한 법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같은 순일한 상태에서 ‘그 무엇’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므로 초심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마음이 너그럽고 관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은 때에 따라선 경륜많고 노회한 사람보다 패기 넘치고 순수한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클 때가 있습니다. 때문에 초심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부처님에게 초심은 중생들에게 놓여진 생로병사의 문제를 푸는 데 있었습니다. 부처님으로 하여금 불퇴전의 용맹정진을 하게 만든 그것이 바로 초심이었던 것입니다. 초심이 위대한 이유는 부처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들을 생로병사의 유전(流轉)으로부터 구제해야겠다는 대승의 서원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처님의 초심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실제로 초심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은 인생에서 성공하고 삶이 빛납니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초심을 놓은 채 타협과 변절로 삶을 꾸리는 이들은 반드시 위기를 맞게 되고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처음 그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늘 주변의 존경과 칭찬이 따르게 됩니다. 순일한 마음은 남의 마음까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