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설날 명절은 잘 보내셨습니까? 설을 쇠고 나면 절기상으로 봄에 해당합니다. 양력 1월은 겨울이지만 농가월령이 시작되는 음력 1월은 절기상으로 봄입니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옛날 입춘 전후엔 이곳저곳 파릇파릇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 된장에 무쳐 먹었는데 맛이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입춘은 나물타령이 무색하리만큼 하늘 높게 덮인 하얀 눈 때문에 더디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사람들간 공동생활공간인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 마치 요즘 삭막한 봄 분위기를 전해주는 듯 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봄의 소리는 아무리 커도 소음이라 불리지 않습니다. 산 속 깊은 눈 녹아 계곡을 힘차게 차고 내려오며 소리를 내더라도 오히려 우리는 자연의 소리라며 반깁니다. 심지어 천둥 번개마저 인간에겐 경이로운 섭리일 뿐 여기에 놀라 심신장애를 앓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은 인위적일 때 뿐입니다. 수행공동체를 생활공간으로 삼는 출가수행자들에게도 소음은 가장 경계하는 대상입니다. 어묵동정 행주좌와를 근본으로 하면서도 시끄러운 소리만큼은 서로가 경계하고 지켜줍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갈등과 긴장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하겠습니다.

소음은 실질적으로 생활의 안정적 패턴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법으로 규제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로 인한 인체 및 정신적 피해가 속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가축의 경우에도 장시간 소음에 노출되면 산란율의 저하, 폐사, 유산 및 사산, 성장 발육 상의 문제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실제로 건설공사 소음으로 인한 가축의 폐사 등과 같은 이유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국토해양부 관련부서의 설명에 따르면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소음성 난청(물리적 위해 요인)과 소음성불쾌감(Annoyance, 심리적·정신적 위해 요인) 그리고 생리적 위해 요인에 대한 평가로 대별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과 분류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소음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소음을 경험하게 되면 심리적 불안이나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Secondary effect) 등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소화기 계통이나 심장혈, 호르몬 변화, 신경성 쇠약, 심장박동의 변화 등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정부가 의학계의 도움을 받아 요약한 의학적 설명일 뿐 이번처럼 살인까지 저지르는 상황을 막아내는 데는 부족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나라가 층간소음 문제를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대거 들어선 아파트는 당시 신공법이라고 도입된 벽식구조에 의존했습니다. 건축비용이 절감되고 공사기간도 단축됐습니다. 기둥과 보를 쓰지 않으므로 층수를 더 높일 수도 있었습니다. 벽식구조는 조그만 충격 하나라도 벽 전체를 타고 전해지기 때문에 기둥식보다 층간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정부는 이제 와서 기둥식 구조설계를 의무화해 기둥식 아파트로 유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살인을 부른 이번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에서 한 가지 큰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눈 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단기적이고도 근시안적으로 이루어지는 행태는 반드시 화를 부르고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법구경〉에도 이르듯 성글게 엮어진 지붕에는 비가 새기 마련입니다. 반면 잘 엮어진 지붕엔 비가 샐 일이 없습니다. 이번 층간소음 살인사건은 어설프게 집을 짓는 것을 간과해 부른 우리네 슬픈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동화 영국의 민담 ‘아기돼지 삼형제’는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아기 돼지 삼형제가 엄마 품을 떠나 각자의 집을 지으면서 시작됩니다. 집 짓기가 귀찮은 첫째 돼지는 지푸라기로 얼기설기 초가집을 지었고, 둘째는 빨리 집을 짓고 놀 생각에 나무로 대강 집을 만들었습니다. 이 두 집은 늑대가 일으킨 바람에 모두 부서져 다 늑대에게 잡아 먹히고 맙니다. 이에 반해 셋째 돼지는 많은 시간을 들여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었습니다. 늑대가 벽돌집을 향해 거센 입김을 불었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셋째 돼지를 집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무 뽑기, 사과 따기, 시장 가기를 제안하지만, 그럴 때마다 셋째 돼지는 꾀를 내어 피해갑니다. 더욱 약이 오른 늑대는 굴뚝으로 숨어 들어 갔으나 도리어 끓는 물이 가득 담긴 솥에 빠지게 됩니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대강 집을 지었던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늑대의 밥이 되었으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벽돌을 쌓았던 셋째 돼지는 늑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읽어주는 어른들이 되레 얼기설기 초가집 짓는 근시안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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