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상의 한 종류인 유식(唯識)을 통해 재테크를 새롭게 접근한 우승택 경제야 생테크 연구소장. MBC ‘경제야 놀자’에 출연했고, 대중강연에 적극 나서는 등 배우고 얻은 바를 회향하고 있는 그를 만나 불교적 경제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보시로 복 그릇 채우는 게 부자되는 길”

사기순(이하 사): 연구소 지하에 ‘아나타핀디카 선지식 센터’라는 법당을 꾸미셨는데, 어떤 뜻이 있습니까?

우승택(이하 우): 최근 스님들도 경제관념을 가져야한다는 의식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계속해서 돈을 벌던 우리도 아직 경제가 어려운데, 수행만 하시던 스님들이 하신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부처님 재세 시에 코살라국의 수도 슈라바스티(舍衛城) 출신의 대부호 아나타핀디카가 있었는데,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께 기원정사를 지어 드린 사람입니다. 저는 불교가 번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이렇게 재가자들이 출가자들을 외호하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이 라마도 가난하고 힘없는 티베트인들만을 데리고는 뜻을 다 펴지 못하지만, 미국의 부자들이 그 뜻을 따라 힘을 실어주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불교가 번성하려면 수행자와 재가자의 제자리 찾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아나타핀디카 선지식 센터를 꾸리게 됐습니다.

사: 1993년부터 삼성증권에서 제1세대 PB(프라이빗뱅커)로 오랫동안 일하셨습니다. 고객들을 만나면서 불교이치를 깨달은 적도 있으신가요?

우: 재테크를 계속 해보니 복 있는 사람은 경제가 어려워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고, 복이 없는 사람은 이도저도 안돼요. 결국 다 자기 복 그릇 문제더군요. 그 사람의 삶과 죽음의 전체적인 생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재테크는 다 말장난이고 힘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가 어렵거나 좋거나 늘 돈을 잘 버는 게 ‘여여’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생(生)테크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소욕지족은 틀림없는 진리지만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돈이 있어야 중생을 제도할 것 아니겠습니까. 개신교에서는 아프리카 난민부터 그 조상들이 괴롭힌 곳까지 다 돕고 사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노량진에서 미꾸라지 사서 풀어주는 것만 할 수는 없잖습니까.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다만 부자가 아닌 이를 부자로 만드는 것은 불교밖에 없고, 하루빨리 없는 이들을 있게 만들어서 불자도 살고 불교도 살리는 게 제 바람입니다.

사: 가진 게 있어야 베풀 수도 있죠, 빈 곳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까요?

우: 누가 부자고 누가 똑똑하고 누가 잘 되고 못되는 이런 것들은 그 사람의 복 그릇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생에 죽은 다음 이번 생에 태어날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다가 왔을까요? 천상에서 호의호식하다가 왔을까요, 아니면 양계장에서 닭으로 살다가 왔을까요? 부처님은 이 수많은 인과를 짚어내셨습니다. 이를 공부하고, 해결하게 되면 자기 복 그릇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거죠. 복주머니에 타고난 보리심이 많으면 보살이 되고, 돈이 많으면 부자가 되요. 내 복 주머니를 한 번 냉정하게 뒤집어보고 복 주머니에 무엇을 채울 지 이번 생에 불교를 만났을 때 바꿔야합니다. 복 주머니, 마음자리, 업 종자, 아뢰아식의 창고, 여래장, 판도라의 상자 등 이를 지칭하는 말만 다를 뿐 그 복 주머니에서 무엇이 튀어나오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 우승택 소장은 기도는 법계의 불보살들과 소통하는 과정이며, 그를 위해서는 잔잔한 마음으로 입정에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 〈심상사성 금강경〉을 통해 〈금강경〉에서 가르치는 해탈에 이르는 여정을 세속적 성공에 비유해 설명하셨습니다.

우: 요새 뇌과학에서 우리는 뇌 기능의 2%도 채 쓰지 못하고 죽는다지요. 지난 생에서 이번 생에 올 때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거치고 무사히 사람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만한 재량과 복덕이 있었다고 봐요. 다만 그것을 꺼내 쓰지 못할 뿐이죠.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현재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보르부두르에 6번 정도 다녀왔는데, 거기에 120장면의 부처님일대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마야부인에게서 태어나 사라쌍수에서 잠드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도솔천에 있던 것부터 시작해 모든 깨달음을 얻으시고 법계를 얻는 초전법륜에서 끝나요. 참 정확하죠. 부처님이 사람에서 신으로 바뀌는 것은 법륜을 전하는 순간이니까, 깨달은 순간까지를 한 생으로 본 거예요. 그 깨닫는 순간의 장면은 법계에서 부처님에게 오방낭주머니를 주는 모습입니다. 중생심을 내려놓고 모든 것이 색 말고 공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에 하늘에서 복주머니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는 그 복주머니에 보살행을 하고 싶으면 보리심을,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의 씨앗을 심어야죠. 그걸 깨닫고 보니 희망이 있으면 사람은 불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불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어떤 답을 찾으셨습니까?

우: 〈관세음보살 보문품〉에 보면 무진의보살이 관세음보살님께 보시를 하려는데 관세음보살님이 받지 않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불쌍히 여겨 받으라고 하시니 무진의가 당장 법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를 관세음보살께서 반은 받아 부처님께 공양하고, 반은 다보에 공양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게 바로 부자 만들어주는 구절입니다.

우리가 절에 갈 때 향을 가져가든지, 청정수나 꽃을 올리는 것은 세법에 의한 보시입니다. 권법에 의한 보시는 이것을 올려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이죠. 많이 지탄받기는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를 보시(하나님께 봉헌)한 사람입니다. 불자들은 엄청나게 미워했지만, 경전공부를 해보면 마냥 미워할 수는 없어요. 보시에는 내가 가진 것을 하는 신물보시와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올리는 의성, 의변공양이 있습니다. 의성공양은 뜻으로 이루는 것이죠. 아름다운 별이나 풍경을 보고 마음으로 찍어서 부처님께 드려야지 하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죽어 염라대왕 앞에서 49일 동안 수많은 재판관을 만나게 되는데, 죽어서도 의성공양이 습관이 되면 당장 마음으로 그들에게 공양물을 만들어 보시할 수 있는 겁니다. 당장 10만원도, 100만원도 없어 복을 못 짓는다면 열심히 의성공양을 하면 실물과 같아요. 연피관음력, 즉 관세음을 그리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사: 천태종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 1980년대는 서울에 아파트가 없었어요. 각 집 마다 문패가 달려있었죠. 우 씨가 희성이라, 동네 아주머니가 당신도 우 씨라며 한 번 집에 찾아왔어요. 어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다 젊은 사람이 낮에 집에 있으니 왜냐고 물으시더군요. 몸이 아파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구인사에 가서 기도하면 낫는다고 하셨죠. 그래서 원주, 제천, 단양을 거쳐서 구인사를 찾아갔습니다. 버스를 배에다 실어서 강을 건넜던 기억이 나네요. 가보니 3일 동안 관세음보살을 불러야한다는 겁니다. 그 다음날엔 상월원각대조사 산소가 있는데, 그 앞에 돌로 된 돈 통이 있는데 돈이 가득했어요. 아무도 그 돈을 집어가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는 게 참 신기했죠. 물어보니 어떤 도둑놈이 훔쳐가다 간질병에 걸려서 한 푼도 못 가져간 뒤로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3일 뒤엔 다시 나가야 한다기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병이 낫진 않았지만 한 번 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달 쯤 뒤에 다시 찾아갔는데 화장실 이름이 근심을 푸는 곳, 해우소인게 신기해 한참 있다가 그 앞에서 평행봉을 했어요. 그런데 150cm 정도의 땅딸막한 분이 와서 젊은 놈이 여기 왜 이러고 있냐고 하셨죠. 콩팥에 모세혈관이 터져서 왔습니다하니 그런건 대구에 가서 약 세 번만 먹으면 낫는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 제 아버지가 제약회사에 계시고, 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2년 이상 입원도 해보고 영락병원에도 몇 년 씩 다녔을 때였는데 말이죠. 정말 대구 그 약방에 찾아가서 약을 먹었더니 정말 이틀 치를 먹고 싹 나았습니다. 제약회사 사람들이며 병원 사람들이며 믿지를 못했어요. 그 고마운 기억으로 〈금강경〉 강의할 때 구인사 백의관세음보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사: 기도하는 소장님으로도 유명하신데요, 기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 기도는 3차원에 사는 우리가 4차원이나 5차원, 혹은 그 이상에 있는 법계의 존재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차원이동 같은거죠. 남방불교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승불교를 믿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한 차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게 바로 대승불교입니다. 저는 기도를 법계의 불보살님들과 마음이 통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일심이죠. 그게 되면 소원도 성취가 되는 것이구요. 일심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입정을 잘 못해서 그렇습니다. 부부싸움을 해도 화가 좀 가라앉고 나서 서로 주파수가 맞아야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불보살님들과도 잔잔하게 입정에 들어가야 대화가 되죠. 마음이 어지러운 채로는 3천배를 한다고 한들 관절염이나 얻을 뿐입니다.

▲ 사기순(48)
ㆍ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
ㆍ전 월간 법륜, 현대불교 기자
ㆍ월간 불광ㆍ불광출판사 편집부장
ㆍ엮은 책 <행복해지는 습관>
▲ 우승택(62)
ㆍ전 삼성증권 자산클리닉센터장
ㆍ숭실대 글로벌경영대학원 겸임교수
ㆍ불교인재개발원 '2006 올해의 인재상'
ㆍ<심상사성 금강경>, <날줄 원각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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