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상대에게 어떻게 보여야 할 지 고민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때로는 자신을 과장해 어필해 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겸손한 이미지로 자신을 소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내가 꾸며 연출한대로 나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남이 빈번해도 거리감이 더욱 커져 당혹스럽던 경험이 저마다 있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자세입니다. 꾸밈과 거짓 없이 나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나를 홍보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입니다. 일례로 〈전등록〉에 나오는 공안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설봉의존이 동산양개의 문하에서 밥을 짓는 소임을 볼 때였습니다. 하루는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고 있는데 동산화상이 물었습니다.

“그대는 쌀을 씻으면서 모래를 골라내서 버리느냐, 아니면 쌀을 버리느냐?”
“모래와 쌀을 일시에 버립니다.” 설봉이 말하자 동산화상이 또 물었습니다.
“그러면 대중들은 무얼 먹지?”

설봉은 쌀 항아리를 땅에 엎어 버렸습니다. 동산화상이 말했습니다.

“너의 인연은 덕산에 있어야만 합당하리라.”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선사는 침체일로를 걷던 중국 선종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입니다. 선사가 태어났던 시기는 무종 회창 5년의 법난이 있었으며, ‘황소의 난’도 그가 생존했던 시기에 발생했습니다. 회창의 법난 때 스님들은 강제로 환속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속복으로 위장해 관을 속이며 수행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때 설봉의존 선사의 등장은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꾸미거나 자기를 과장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깨달음을 향한 자신의 번민을 고백했습니다.

한 톨의 쌀마저 귀하게 여기는 불가에서 동산화상의 물음에 설봉은 쌀 항아리를 통째로 엎어버리는 법거량을 펼쳐 보입니다. 여기엔 추호도 자신을 과장하거나 무엇을 드러내 보이려는 압권 따위는 없습니다.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던 동산 화상은 그에게 덕산선감 선사를 추천합니다. 그렇지만 오도의 기연을 맞게 된 것은 암두전할 선사였습니다. 마침 폭설이 내려 여인숙에서 한 밤을 같이 보내게 된 둘은 법거량을 하다 마음이 편치 않다는 설봉선사의 말에 암두화상이 말합니다.

“문을 따라 들어가는 것은 보배가 될 수 없다. 대교를 전파하려거든 낱낱이 자기의 흉금을 따라 유출하여 천지를 덮어야 한다.”

이 말에 설봉선사는 번뇌의 무거운 짐을 벗었다고 전해집니다. ‘낱낱이 자기의 흉금을 따라 유출하여 천지를 덮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암두화상은 이미 설봉의존이 깨쳐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설봉 자신만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단 한 꺼풀의 미증(未證)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를 걷어주는 말입니다. 이 한마디 말로 설봉은 개운해졌습니다. 미오에서 오도의 세계를 보게 됩니다. 암두 역시 설봉의 법기가 ‘있는 그대로’를 추구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흉금을 천하에 드러내어 마음껏 쓰고 덮으라’고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가식이 없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금목걸이와 금반지, 보석이 박힌 시계, 진한 향수로 누가 여러분에게 다가왔을 때 여러분은 우선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게 됩니다. 시선이 그 사람의 눈빛에 먼저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치장돼 있는 악세사리에 먼저 가기 때문에 그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반면 단정한 차림새의 사람들에게는 당신이 먼저 호의를 갖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대부분 외양이 단정한 사람들이 안과 속도 같을 거라는 믿음을 우리는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차림새는 그 사람의 인격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세사리로 치장된 사람은 말에도 화려한 꾸밈과 가식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복장이 단촐하나 깨끗한 차림의 사람에게는 현란한 말솜씨는 없으나 그 말에 진실이 숨어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란 누구입니까?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선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행동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뜻을 거스르는 행위는 부자연스럽게 표출되게 마련입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행위는 자연스럽지 못하므로 누가 봐도 금방 눈에 거슬립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특성, 장점과 약점, 타인과의 관계, 취미와 습성 등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점검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이 어느 곳에서도 자신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확실하고도 중요한 문제는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 보일 때 내 안에 숨어있는 재주와 재능이 갈고 닦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타인과의 소통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이는 내가 밖으로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때 안에서 보배가 만들어진다는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 여러분을 가꾸고 자랑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