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언종 개조 홍법대사 저술 일본 불교 이해 위한 기본 문헌
구우카이 저ㆍ정천구 역/씨아이알/268면/20,000원

 


 
홍법대사(弘法大師)로 불리는 구우카이(空海, 774~835). 당나라에서 밀교를 도입해 일본에서 꽃피운 진언종(眞言宗)의 개조다.

일본에서 진언종은 단순히 하나의 종파가 아니다. 8세기 이후 중국과 한국에서 사라진 밀교를 지속시켰을 뿐 아니라 일본의 철학과 종교 등 각 방면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토착신앙인 신토(神道)에 깊은 영향을 끼쳤고, 12세기 성립된 선종(禪宗)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구우카이의 저술들은 일본 불교사 연구에서도 중요하다.

〈삼교지귀〉는 쿠우카이가 세속의 학문을 배우고 벼슬길로 나가려다 갑자기 마음을 바꿔 불교에 귀의하면서 지은 글이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 때였다.

글에서 유교, 도교, 불교 삼교를 대표하는 허구적 인물을 내세운다. 즉 유교를 대표하는 구모(龜毛, 거북의 털) 선생, 도교를 대표하는 허망 은사(虛亡隱士), 불교를 대표하는 가명 걸아(假名乞兒)를 내세워서 토각공(兎角公, 토끼뿔)과 질아(蛭牙, 거머리 이빨) 공자 등을 설득해 깨우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 과정에서 유교, 도교, 불교의 기본교리가 제시된다.

먼저 구모 선생이 유교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허망 은사가 세속적인 욕망의 허망함을 말하며 도교가 유교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논증한다. 마지막으로 가명 걸아가 등장해 유교와 도교를 불교에 견주며 태양 앞의 반딧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삼교지귀〉는 삼교의 우열을 희곡적 구성으로 논해 한문학적으로도 의의가 높다. 특히 〈문선(文選)〉의 글이나 〈포박자(包朴子)〉, 〈예기(禮記)〉 등 갖가지 문헌들을 종횡으로 인용해 쿠우카이의 문장력과 식견이 얼마나 뛰어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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