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즈음 우리나라에선 ‘걷기 열풍’이 거세다고 합니다. 경제 여건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이 자연스레 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 역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요 산에는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있고 하천도로는 산책로로 새단장돼 주민들의 아침 저녁 운동을 돕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걷기’는 엄밀히 말해 부처님이 원조입니다. 태어나신 카필라바스투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다가야, 그리고 최초의 전법지 사르나트에서 열반지 쿠시나가라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은 맨발로 긴 여정을 이어 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부처님을 일러 ‘맨발로 오신 부처님’이라고 표현합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성취하시고도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맨발의 여정’을 계속하게 된 것은 ‘만 생명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은 한 사람이라도 더 정법에 귀의하여 안락과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제자들에게 전법의 길을 떠나도록 하셨습니다. 두 사람이 한 길을 함께 가지 말라는 당부는 ‘한 사람이라도 더’ 정법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중생에 대한 연민에서 나온 말씀입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맨발 여정이 중국 선종에서는 ‘운수행각(雲水行脚)’으로 계승됩니다. 운수란 참선수행하는 선승을 일컫는 말인데 원래 용어는 행운유수(行雲流水)입니다. 구름이나 물이 그 어디에도 걸림없고 막힘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일체의 경계나 대상에 집착하지 않고 구름이나 물처럼 자유로운 경계로 살아가는 수행자를 빗대 운수라 부른 것입니다. 다만 운수행각이란 모름지기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 곳 저 곳을 주유하며 선지식을 만나 본래의 자기를 깨닫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어떤 목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뜻의 행각과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최근 ‘걷기’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분이 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그 주인공입니다. 올해 74세의 베르나르는 현대사회 세계 최초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자로서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는 프랑스 유수의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가 정년퇴직한 후 심한 우울증이 찾아와 자살까지 시도한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우울증을 극복하고 현재 청소년을 상대로 한 교정활동에 진력하게 된 계기는 ‘걷기’에 있었습니다. 처음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었고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서안(西安)까지 험난한 길을 혼자 걸었습니다. 4년간 걸은 길이가 장장 1만 2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 <나는 걷는다>입니다. 이 책의 수익금은 탈선 청소년 교정단체 ‘쇠이유(Seuil)'를 만들어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실크로드를 걷는 동안 그는 숱한 위험을 겪었습니다. 언어가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수 없이 길을 잃었고, 도둑과 짐승의 위험에 맞섰으며, 병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 옛날 부처님이 그러하셨듯 불퇴전의 용맹심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여행기’를 들어보면 과거 혜초 스님이 떠오릅니다. 혜초 스님 역시 그의 저서 〈왕오천축국전〉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고 있습니다.

차디찬 눈은 얼음과 엉기어 붙었고/찬 바람은 땅을 가르도록 매섭다
넓은 바다 얼어서 단을 이루고/강은 낭떠러지를 깎아만 간다

혜초 스님이 구법을 위해 인도로 가던 그 길이 실크로드였습니다. 이 시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실크로드가 얼마나 험한 길이었는지 짐작케 합니다. 목숨마저 위협하는 험난한 여정을 혜초 스님도 물러섬 없이 나아갔습니다. 이렇다 할 교통수단이란 없던 시대였던 만큼 혜초의 구법여행은 매일 매시간이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 험난한 길에 섰던 인물이 비단 혜초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7세기 말 중국 승려 의정이 지은 〈대당서역구법고승전〉에 의하면 인도를 향한 구법여행 승려가 60명에 달합니다. 여기엔 최초의 인도 구법승으로 알려진 아리나발마를 비롯한 신라 승려 9명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걷는 것으로 고행의 구법여행을 이루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불자님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걷기’가 단순히 운동으로만 그쳐서는 뭔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부처님이 맨발로 전법의 대장정에 오르신 이유는 전법도생에 있었습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나 과거 혜초 스님을 비롯한 인도 구법 스님들 모두 자신만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나의 한 걸음이 나눔이 되고 나의 가쁜 숨 하나가 봉사가 될 수 있는 보살행으로 연결된다면 그것 만큼 좋은 ‘걷기’는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걷지 말고 그 걸음을 통해 보살행의 마음을 다지고 가쁜 숨을 통해 동사섭의 정신을 키워 나간다면 ‘걷기’는 부처님의 걸음으로 향상돼 나아갈 것입니다. ‘걷기’도 곧 ‘수행’이라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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