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향한 품격 있는 배려ㆍ예의
항마세처럼 당당한 춤사위로
세계인 근심ㆍ걱정 떨치길

요즘 장안의 화제는 누가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싸이(PSY)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까 못오를까다. 싸이는 연속 6주 빌보드 차트 2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주었는데, 지난 11월 3일에는 빌보드 잡지 표지 모델로 선정되어 또 한 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올 가을 싸이가 보여준 행적은 말 그대로 ‘경악’ 그 자체인데, 그의 세계적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유투브 조회수는 6억 뷰를 넘어 역대 2위를 기록한 뒤 10억 뷰까지 가능하다는 예측이고, 한국 대중음악 최초로 영국 UK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11월 5일엔 파리 에펠탑 부근에서 2만 명의 파리 시민이 플래시몹을 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 모든 게 올 가을 한국의 자칭 ‘B급 가수’ 싸이가 만든 기적인 것이다.

젊은 계층은 어떤지 몰라도, 나같은 사람에게 싸이는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대중가수였다. 그의 노래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으나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아버지’란 노랠 듣고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가 군대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자 사내답게 재입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군대에서 제대한 뒤에도 한동안 재입대나 제대보류 등의 고약한 꿈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대다수 한국 남성들에게 군소리 없이 재입대하여 만기 제대한 그의 행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가 있는 곳을 향해서는 오줌도 싸지 않는다는 게 우리 한국 남성들의 보편적 감성인데, 그는 두 차례나 군생활을 함으로써 자신이 ‘강남스타일’의 가사대로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그러므로 싸이코틱한) 싸나이’임을 진작에 증명해 보여주었다.

그의 노래와 춤이 단시간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분석이 나오고, 그것들은 대체로 타당한 것들로 보인다. 그는 자기 말마따나 ‘한국의 B급 가수’인지 모르나, 대중을 장악하는 힘이나 그들에 대한 배려와 예의는 ‘국제 가수’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한국의 지방대학 공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귀국했고, 시청 앞 공연에선 흥이 솟자 웃통을 벗어던지고 소주를 마시는 돌출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행동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그것 자체가 그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 측면도 없지 않다.

어쨌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대중 스타의 그것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그의 그러한 행동 밑바탕에는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즉 당당한 자신감이 강하게 깔려 있다. 그러므로 그는 어느 곳에서도 기가 죽지 않는다. 미국 방송에서 한국어로 “죽이지?”라거나 “대한민국 만세!”라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최근 그의 ‘말춤’이 표절이란 소문이 돌았다. 알고 보니 부산 석불사 석탑 사천왕의 동작과 유사하다는 거여서 많은 사람을 실소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의 노래와 춤이 세계로 마구 퍼져나가는 원인을 잘 설명해준다.

사천왕은 한국 사찰의 일주문과 본당 사이의 천왕문에 자리 잡은 수호신장으로, 발밑에는 악귀들이 비명을 지르며 굴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싸이의 말춤이 사천왕의 항마세(降魔勢)와 유사하다는 것은 길조가 아닐 수 없다.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작금, 전 세계인이 말춤을 추며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우랴. 싸이의 말춤이 세계에 널리, 오래 퍼지기를 바라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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