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일러 복잡다단하다고 말합니다. 문화와 문명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직업군(職業群)도 갈수록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갑니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나의 존재를 복잡다단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요? 이럴 때 불교의 선(禪)에서 해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선의 핵심은 간결함에 있습니다. 나아가 사고의 역발상에 있습니다. 단순과 역발상은 선의 요체이며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이르러 이러한 단순과 역발상이라는 선의 세계가 경영과 예술 등 제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성공의 효과를 톡톡히 올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MIT 대학의 존 에마다 교수도 선이 지니고 있는 심벌이라 할 ‘단순함’에서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 꼽힙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단순함의 법칙〉에서 디지털 시대의 성공 키워드로 단순함을 들었습니다. 그는 복잡한 상품의 기능을 소비자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 단순화라고 역설합니다. 그리하여 그가 말하는 디자인 철학도 단 한 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Less is more!’ 풀어서 말하자면 조금 모자란 듯이 비워두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존 에마다의 지론입니다.

단순함의 법칙은 경영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했던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 유랑생활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망해가던 애플을 기적처럼 회생시켰습니다. 그의 화두는 단 하나 ‘우아한 단순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함 속에는 무궁무진한 정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신비한 정보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 ‘우아한 단순함’이 갖는 매력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캐논은 2005년부터 3년 연속 순이익 최고를 기록하면서 일본 전자업계의 최강자 소니를 제쳤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캐논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캐논의 질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슬림화입니다. 복잡한 기계가 갖는 과거의 풍만을 줄이고 줄여 최대한 얇고 가볍게 만들어 내는 기계의 슬림화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마력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사고로 국가전략을 세워 성공한 지도자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초대 수상이 된 리콴유가 그 주인공입니다. 리콴유는 국가 개조 전략의 3가지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공직사회, 파업 없는 근로자, 세계적인 수준의 엘리트 그룹 양성이 그것입니다. 리콴유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우선 공무원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공무원 사회와 빅딜을 맺었습니다. 공무원 급여를 2배로 올려주는 대신 단 1원이라도 부정한 돈을 썼을 경우 가혹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은 강성 노조에 대한 대처입니다. 그는 노동 단체들과도 빅딜을 했습니다. 근로자들에게 거의 무상에 가까운 조건으로 주택을 공급해주는 등의 조치로 강성 노조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렇게 되자 외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싱가포르로 들어왔습니다. 동서교통의 요충지인 데다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에 영어에 불편함이 없는 국민, 정직한 공무원, 그리고 강성 노조가 사라진 작업장은 최상의 투자조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재양성 전략입니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은 장기적으로 인재양성 뿐이라는 점을 꿰뚫은 것입니다. 초등학교 상급반부터 영재를 선발하여 이들이 고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전원 국비 장학생으로 선진국에 유학을 보냈습니다. 지금 싱가포르를 이끌고 있는 세계 최고의 엘리트 그룹은 이렇게 탄생하였습니다.

세상이 복잡하다 하여 대처방안 역시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선 곤란합니다. 사람들이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자’고 말하는 것은 다 의미가 있습니다. 일례로 당신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사연 많고 곡절 많은 내 인생을 어찌 한 문장으로 담아 표현할 수 있겠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은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자들은 단 한페이지로 요약된 기획서 및 제안서를 요구합니다. 사회도 역시 ‘한 문장의 슬로건’을 원하고 있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다시 말해 압축된 메시지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쉬운 말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메시지 전달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대중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설법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게 쉬운 말로’ 하는 게 부처님 설법의 특징입니다. 단순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이 단순함이 대중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아가 단순함이야말로 진실과 진정성을 안겨주는 마력이라는 점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법이 단순함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되겠습니다. 단순함의 매력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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