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교대회 뒤 정부ㆍ불교계
사태 재발 위한 반성 없어
대선에서 현명한 선택해야


지난 2008년 8월 27일 현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한 범불교도대회가 있은 그 해 11월 21일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하여 ‘정토건설은 포기한 꿈인가?’ 라는 제목의 시론을 게재하였다. 그 시론의 중요한 내용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경위 분석과 정부는 물론 불교계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도 정부나 불교계 공히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반성의 기미도 없어 보인다.

그 시론에서 필자는 ‘한 사회에서 희소한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정치과정에서 불교는 스스로 소외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점점 희소한 자원의 분배에서 차별받는 처지가 되어버렸고, 범불교도대회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반불교적인 사회구조와 불교적 가치의 충돌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충돌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너무나 잘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배에서 차별받는다는 것은 불교의 발전과 사회적 기여에 투자되어야 할 자원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불교도가 낸 세금이 불교를 핍박하는 재원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정토건설이 아니라 예토를 유지ㆍ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이 바로 최근에 일어난 불교방송을 민영 미디어랩에 소속시키려는 시도였다.
불교계의 강도 높은 저항에 비록 그들의 시도가 좌절되었지만, 지난 8월 불교계의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문제는 범불교도대회를 일어나게 한 일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일이다. 원래 미디어랩법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가진 방송사 미디어렙의 지배력으로 국가가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하여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더불어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등 중소 방송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입법취지를 가진 것이지만, 막상 모습을 드러낸 법률안은 입법취지에 역행하는 내용도 포함된 편향적인 것이었다.

종교방송 중에서 일부는 광고수주에 유리한 공영미디어랩에 편입시킨데 반해, 일부는 특별한 기준도 없이 SBS의 민영미디어랩이 맡도록 한 것이다. 단순한 실수인지 깊은 지모에서 나온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같은 종교방송인 기독교방송, 평화방송은 물론이고 공영성이나 공공성하고는 거리가 먼 부산영어방송, 광주 영어방송까지도 공영 미디어랩에 소속시키면서 불교방송과 원음방송은 민영미디어랩에 소속시키려는 시도를 한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일은 반불교적 시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의 입장에서는 꽃놀이패 혹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 일이 된다. 그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불교계의 집단적 자존심과 물적 토대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포교와 중생구제에 써야 할 불교계의 인적 물적 정신적 에너지를 불필요한 일에 낭비하도록 함으로써 불교의 사회적 존재감을 서서히 붕괴시키는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는 지속될 것이고, 대통령에 그러한 편향성을 가진 후보가 당선되면 그것은 광기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다시 대통령 선거철이 되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사회구조는 개개 구성원들의 삶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선거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필자는 몇 년 후에 또 다시 이러한 내용의 칼럼을 써야 할 상황이 오지 않게 할 수 있는 불자들의 선택을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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