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삶의 힘, 사찰 불사에 회향”

“먹고 살기 어려웠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때 이웃의 권유로 구인사를 찾아 일심으로 기도했다. 그렇게 다진 기도의 힘으로 어려운 현실을 극복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고, 일상이 행복한 삶으로 바뀌었다.”
증평 태화사 정윤희 재무(52)의 이야기다. 그는 20년 전 천태종과 인연을 맺고 불교에 귀의했다. 그에게 삶을 살아가는 힘은 기도다. 생계를 꾸리기 조차 힘들었던 당시 그는 구인사 4박 5일 기도를 다녀온 후 증평읍에 있던 불교회관(현 태화사)에서 신행생활을 했다.

집에서 도보로 1시간 거리의 회관을 어린 두 딸을 데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3년을 꼬박 정진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단다.

정윤희 재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사찰에 가서 기도했더니 먹고 사는 길이 열렸고,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세상살이는 순리에 맞춰 사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일어나고, 부처님 일을 하는 것도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닦으면 닦을수록 행복한 삶은 더욱 가까이 온다”고 설명했다.

기도가 그의 인생을 역전시켜 준 매개체인 셈이다. 그는 3년 기도를 마친 뒤에도 여전히 수행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돼지 800두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구인사 안거에는 동참하지 못하지만, 태화사에서의 안거는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집에서든, 농장에서든, 어디에서든 ‘관세음보살’을 주송하며 신심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있다. 아울러 꾸준히 경전 등을 보며 교리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 정윤희 재무가 태화사 텃밭에서 수확해 말린 고추를 다듬고 있다.

20년 전 어린 두 딸 데리고 3년간 기도
사업 접고 태화사 대웅전 불사 매진 원력


그의 신행생활에서 태화사를 거쳐 간 주지스님들의 가르침은 큰 도움이 됐다. 정 재무는 “태화사 주지를 역임하셨던 스님들께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당시에는 스님의 가르침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윤희 재무는 기도로 입은 가피를 봉사를 통해 회향하고 있다. 15년 전 재무를 맡은 이래 부녀부장 4년, 청년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태화사 발전에 기여했다. 4년 전부터 다시 재무를 맡아 사찰 살림을 돌보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법회 지도 교사를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는 한편 밥을 해주며 새싹불자를 키우는데도 일조했다. 이와 함께 사찰에서 짓는 농사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해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태화사는 얼마 전 종단으로부터 오랜 숙원이었던 대웅전 건립 불사 승인을 얻었다. 정 재무는 “태화사에 다닌 지 20년 만에 대웅전 불사를 하게 됐다. 현재의 사찰 재정으로는 불사를 하기 어렵지만, 불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도들이 들떠 있다. 주지스님과 신도들의 원력이 크고 한마음이 돼 있어 불사가 원만히 회향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에게도 대웅전 건립 불사는 삶의 활력소다. 정 재무는 불사에 전념하기 위해 그간 운영해오던 농장을 정리할 생각이다. 그는 “혼자 농장을 운영해왔고, 아직도 할 능력은 있지만 조만간 정리하고 당분간 쉬면서 대웅전 건립 불사 등 사찰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또 “이는 기도를 통해 입은 부처님의 가피를 회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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