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누구나 행운을 꿈꿉니다. 일확천금의 기대를 안고 복권을 사는 것도 행운을 갈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운은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운에 깃들어 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더 깊고 예리한 상처를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행운이 아닙니다. 갑자기 주어지는 행운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불운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본분(本分)을 지키는 평정심이 필요합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용모가 단정한 한 젊은이가 찾아와 부처님께 인생에서 실패하는 일이 왜 생기는지 물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젊은이여! 성공하는 것도 알기 쉽고 실패하는 것도 알기 쉽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나쁜 친구를 좋아하고 좋은 친구와 사이가 멀어져 원한을 맺으면 그것은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악한 일을 좋아하고 착한 일을 싫어하며, 저울로써 남을 속이면 그것은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장기나 바둑 같은 잡기를 즐기고 술을 마시며, 여자에 빠져 방탕하며 재물을 허비하면 그것은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내가 남편을 두고도 스스로 정절을 지키지 않거나 남편이 아내를 두고도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면 그것은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마음에 두고 질투를 하거나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맞아들이려 한다면 그것은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잠을 많이 자고 게으르며, 성내기를 잘하며, 돈푼이나 있다고 친구를 모아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지는 행동을 하면 그것은 파멸의 문에 이른 것이다.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거나, 진주 목걸이와 가죽신과 같은 사치품 갖기를 좋아하면 그것은 파멸의 문에 이른 것이다.
남으로부터는 좋은 음식을 대접받고 남에게는 대접하지 않는 사람, 사문이나 바라문이 보시를 청해도 인색해서 공양할 줄 모르는 사람도 파멸의 문에 이른 사람이다.
부모나 나이 많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공양할 줄 모르며, 부모형제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비난하고 헐뜯는 사람,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높은 경지에 오른 척하는 사람도 파멸의 문에 이른 사람이니라.
이렇듯 실패와 파멸에 이른 길은 이미 눈에 환히 보이는 것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험하고 두려운 길임을 알아 멀리하고 피해야 하느니라.”


〈잡아함경〉 48권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하나로 정리하면 자기의 본분을 저버리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제 본분을 망각하고 욕심을 부리거나 남을 속이면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또한 게으름을 피우거나 마음을 방일하게 갖는 것도 파멸에 이른다고 하셨습니다.

자기 본분을 지키는 것은 매우 소중합니다. 학생이 학생 신분을 망각하고 술과 춤에 빠진다면 위험한 일이겠지요. 판 검사가 정의로운 법정신을 실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 위에서 권력을 누리려 한다면 법질서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세간의 정신적 지도자가 돼야 할 성직자가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한다면 허무함과 배신감으로 국민의 낙담은 클 것입니다.

누구나 주어진 제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고 제 역할을 다할 때 조화로운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일탈과 반칙이 횡행하면 사회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일수록 ‘본분 지키기’는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도자가 본분을 잃고 우리 사회에 분란을 야기한다면 후유증과 부작용은 오랜 기간 지속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파멸의 문에 이르게 하는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우리 일상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고속도로 운전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중상을 입은 한 운전기사가 자신의 본분을 다해 승객의 목숨을 구하고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쑤성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정체불명의 쇳조각이 날라와 버스 앞 창을 뚫고 흉부와 팔을 강타했지만 운전기사는 운전대를 놓거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침착하게 버스를 세운 뒤 승객들에게 위험하니 도로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당부하고 쓰러졌습니다. 긴급 출동한 구조대가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은 최후 순간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한 그를 ‘아름다운 운전기사’라며 부르며 온라인으로 추모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운전기사’의 이야기는 비단 중국에서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감동을 안겼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파멸로 이르는 문’을 가슴깊이 새겨 하루하루 본분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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