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종교 자유 침해에
적극 대응하는 시민의식이
종교 편향 없는 사회 앞당겨

한국사회에서 종교는 사회갈등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다.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한 개인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지에 따라 우리 사회가 불편하게 혹은 차별적으로 대우하기도 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타인의 종교를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다른’ 것으로 보는 바람직한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최근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계명대학교의 한 학생이 채플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구참여연대도 계명대측이 기독교 교양필수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채플 과목을 따로 개설해 참석을 의무화하고 예배와 찬송, 율동 등 종교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1995년 숭실대 학생이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1심(재판장 김황식 현 국무총리)은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외면하였고, 1998년 대법원이 확정함으로써 대학채플은 무거운 바위덩어리처럼 학생들의 종교인권을 억누르고 있다. 사법권력의 수준 이하의 인권감수성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인의 종교언행이 조심스러워진 것은 다행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제19대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 후보자 중 종교편향성이 큰 10명을 선정, 발표한 바 있다. 그중 3명이 공천을 받아 2명(황우여, 김진표 양당 원내대표)이 최종 당선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공천을 못 받은 후보가 7명이나 되고 두 당선자들도 종교적 언행이 위축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하니, ‘종교정치인’에 대한 시민단체의 감시가 효과를 본 경우로 절반의 승리라고 해야 할 듯싶다.

한편 국민의 종교인권에 대한 의식변화가 감지되어 고무적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충남 보령시에서 한 여인이 두 딸과 함께 교회에 가기 위해 콜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가 “아주머니가 미혹된 것”이라며 그녀의 종교를 비하하고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택시를 멈추는 등 위협적인 행동까지 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속상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그녀는 “승객을 모욕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비인권적인 행위”라며 보령시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사과 및 시정을 촉구했다.

우선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승객들도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번거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은 피해자의 시민의식이 돋보인다. 종교문제라면 가급적 피하기만 했던 사회분위기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더 흥미로운 것은 보령시의 발빠른 조치다. 시 도로교통과는 진상조사를 벌여 주의처분과 함께 공식사과를 주선했고, 해당기사는 “다른 이의 종교자유를 침해하고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직접 만나 사과했음은 물론이다. 택시조합도 “종교문제로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자를 기사들에게 발송하는 등 관련기관들의 입체적인 대처에 피해여성은 “적극적으로 도와줘 감사드린다. 상처를 많이 치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이 관리해야 하는 종교 관련 영역이 얼마나 넓고 그 효과가 즉각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해악”이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념을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밝고 평화로운 사회는 앞당겨질 것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므로(Freedom is not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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