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보이스 피싱’ 등에 의해 사기를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골 노인들로부터 농부, 심지어는 젊은 학생들마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행되는 ‘보이스 피싱’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을 속이는 일은 비단 ‘보이스 피싱’뿐 만이 아닙니다.

매스미디어 시대에 있어서 허위·과대광고도 사람을 현혹하는 주무기로 등장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인구가 수 만명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발표입니다.

말 그대로 가짜가 진짜인 양 행세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짝퉁명품’이 활개를 치는가 하면 ‘가짜 인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속아 낭패를 보고 있습니다. 일류대학 출신의 의사를 사칭한  30대 고졸자에게 강남의 재벌집 딸을 비롯한 명문대 규수들이 돈을 갖다 바치며 구애행각을 벌였다고 하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청와대 비밀요원을 가장한 한 미모의 여성에게 군 장교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놀아났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사욕이 있으면 눈이 어두워지는 법입니다. 진심과 진실을 보려는 대신 자신의 사리를 앞세우다 보니 ‘진짜’를 보지 못하고 ‘가짜’에 현혹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것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인간의 욕심입니다. 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명품과 치장과 허세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속이 알차면 겉도 윤기가 납니다. 교양과 겸손이 몸에 배어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먼저 느낍니다. 하심과 배려가 있는 이에겐 상대방이 먼저 몸을 낮춥니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형성입니다. 하지만 외모를 중시하는, 치장과 부를 자랑하는 명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사람은 보아주는 사람은 있되 그들 또한 ‘헛그림자’임을 알아야 합니다.

〈백유경〉에 나오는 한 이야기를 들려주겠습니다.

옛날 어떤 왕이 늘그막에 딸 하나를 낳았습니다. 왕은 공주가 예쁘게 자란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그 나라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의사를 불러 말했습니다. “나를 위해 공주에게 약을 줘 당장 자라게 하라.”

의사는 말했습니다. “공주님을 크게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그 약을 얻어 먹이기 전까지 대왕님은 공주님을 절대로 보시면 안됩니다.”

왕은 공주가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의사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의사는 곧 약을 구한다며 먼 길을 떠났습니다. 의사는 그 후 12년이 지난 뒤에 나타나 공주에게 가짜 약을 먹인 다음 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였습니다. 왕은 장성한 공주를 보고 기뻐하면서 좌우에 명령해 의사에게 보물을 듬뿍 내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왕의 무지를 비웃었습니다.

속임을 당하는 이유는 이렇듯 욕심과 무지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대지도론〉 13권에 이러한 말씀이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속인 연후에 다른 사람을 속인다. 진실을 거짓이라 하고 거짓을 진실이라 하여, 거짓과 진실이 전도되어 선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병을 엎으면 물이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같다.”

진실을 살피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음은 마장이 깊습니다. 마장이 깊으므로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얻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진짜’는 ‘진짜’를 알아봅니다. ‘진짜’란 모든 헛된 마음을 버리고 보리심을 추구하는 대승심을 갖출 때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보살심에는 ‘가짜’가 없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우려면 허상과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만일 허상과 거짓이 대우받고 그릇됨이 용인된다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불자들이 진실을 드러내는 대승행을 보여줘야 합니다. 진실이 대우받고 진짜가 존중받는 그런 사회를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이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동하며 바른 생각을 갖도록 말씀하신 팔정도도 사실 정토의 세계가 ‘바름’에서 기초한다는 것을 가르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짜’는 ‘진짜’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진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려면 마음의 욕심을 없애야 합니다. 욕심을 지우지 못할 때 속임수에 딱 걸려듭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조선조 철종대 시인 정수동은 양반을 속이는데 귀재였습니다. 정수동은 양반들에게 야생 물오리를 비싼 값에 속여 팔았으며 길을 고친다고 관급공사를 따내기도 했습니다. 백성들 재산을 수탈하며 영달하는 데만 재간이 있는 양반들의 욕심을 이용한 희롱이었습니다.

‘가짜’에게 농락당한 사람을 동정하지 않는 것이 또한 세상 인심입니다.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유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면 ‘명품’, ‘권세’가 부럽지 않으니 ‘가짜’가 힘을 쓸 수 없습니다.

‘진짜’가 되는 삶을 누리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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