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사는 분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됩니다. 따라서 이번 지면에서는 자신감 있게 사는 법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먼저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겠습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모든 부처님·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열 가지 힘을 구족하셨느니라. (중략) 열 가지 힘이란, 이른바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옳은 것은 옳은 것임을 여실히 알며, 그릇된 것은 그릇된 것임을 여실히 아시어, 모두 여실히 아시느니라. 모든 여래·응공·정등각께서 옳은 것은 옳은 것임을 여실히 알며, 그릇된 것은 그릇된 것임을 여실히 아시어, 옳은 것과 그릇된 것을 여실히 아신 까닭에 이것을 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이라 하나니 그 첫째요, 이 힘을 구족하셨기 때문에 여래·응공·정등각이라는 이름을 얻으셨고, 높고 훌륭하며 유다르며 굳세고 용맹하며 자재하시어 더할 나위없는 깨끗하고 맑은 바퀴를 굴리시며, 대중 가운데서 바르게 사자후하시느니라.” 〈불설십력경(佛說十力經)〉
부처님은 자신있게 사는 법에 있어서 무엇보다 두려움을 없앨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두려움이야말로 쉽게 자신을 낙담시키고 좌절케 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옳고 그른 것을 여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로 알면 두려움 따위는 금방 사라집니다.
도리에 합당하고 합당치 아니함을 분명히 아는 부처님의 지혜가 ‘처비처지력’입니다. 두려움은 무명과 같은 어둠에 갇혀 비롯되는 공포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폭 50㎝의 판자가 맨 땅바닥 위에 있다고 하면 누구나 쉽게 판자를 건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판자가 20층 이상의 빌딩 사이에 놓여 있다면 누구도 건너지 못합니다. 바로 공포심 때문입니다. 발을 헛딛는다면 죽게 된다는 공포심이 판자를 건너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두려움을 없애라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부처님 자신도 두려움을 지니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경전에서는 네 가지 두려움이 없다 하는데 이를 ‘사무소외(四無所畏)’라 합니다. 첫째는 모든 것을 능히 알기 때문에 어떠한 상대에게도 큰 가르침을 줄 지혜가 있다[一切智無所畏]는 것이요, 둘째 모든 번뇌를 다 소멸하여 두려움의 대상이 없으며[漏盡無所畏], 셋째 수행에 장애가 되는 길을 가르칠 수 있고[說障道無所畏], 마지막으로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설할 수 있다[說出道無所畏]는 것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자신감입니다.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다 알고 있다는 것, 그럼으로써 모든 번뇌를 다 극복하였다는 자신감, 수행에 장애가 되는 길을 옳게 가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멸하게 하는 길을 일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처님에게 구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증일아함경〉 ‘고당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들은 알라.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가 두려움을 느낄 때, 그 때는 나를 떠올리도록 하라.”
이 구절은 모든 것을 갖추신 부처님이 두려움에 떠는 중생에게 당신을 떠올리면 자신감을 찾게 해주겠노라고 한 선언에 해당합니다.
이것 만이라도 불자님들이 잘 알아 실천에 옮긴다면 움츠리고 살 이유가 없습니다.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는 힘은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법구경〉 ‘화향품’에서도 “남이 행하거나 행하지 않는 것, 그런 일에 신경쓰지 말고 항상 스스로 나를 살피어 옳고 그름을 스스로 알라”고 경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처비처지력’은 내 삶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기본이고 동력입니다.
한 가지 예화를 들어보겠습니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멕시코 전쟁, 노예제 반대 운동, 인두세 납부 거부 등의 사건으로 감옥살이도 했습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알아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시민불복종’이고, 이는 비폭력저항운동으로 이어져 현대시민운동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소로우는 평생의 삶을 이렇게 압축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겁내서 멈추지 말라. 무서운 일은 항상 닥치는 법이다. 인간은 두려움에 죽고, 자신감으로 산다.”
소로우는 실제 하버드대 출신으로 5달러를 내고 받아야 하는 졸업장에 대한 부당함을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나이 27세 때 월든 호숫가 땅에 직접 나무를 베어 조그만 통나무집을 짓고 그곳에서 2년 2개월 간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 곳에서 출간한 책 ‘월든’(Walden)은 함석헌·법정 스님 등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로우는 불교를 몰랐어도 부처님의 말씀처럼 산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삶입니다. 움츠러 들거나 미리 낙담할 이유가 없습니다. 불자들이라면 응당 옳고 그름을 잘 알아 부처님께 기대면 될 것입니다. 이 기회에 처비처지의 힘을 길러보길 당부합니다. 감사합니다.
천태종 운덕 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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