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 활개치는 일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6천만 원짜리 에르메스(hermes) 백이 40만 원에 판매됐는데 알고보니 중국에서 수입한 짝퉁이었다는 것입니다. 경찰에 검거된 짝퉁 판매단은 에르메스와 샤넬(chanel)등 세계적 유명브랜드의 가짜 상표를 부착하고 가방 지갑 구두 등을 인터넷으로 유통해 수십억 원의 돈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위장품이라 하더라도 싼 값에 판매되는데 조금의 의심도 없이 사들이는 사람이 많아 짝퉁 판매단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 나라에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99년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이 주장한 것인데, 상품가격이 아무리 뛰어 오르더라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이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명품이라면 무조건 지니고 보자는 저변의 심리가 짝퉁이 활개치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짝퉁의 원조는 고무신입니다. 1922년 조선의 외부대신을 지낸 이하영이 대륙고무주식회사를 설립해 귀족을 대상으로 고무신을 팔았습니다. 대륙고무신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자 이와 유사한 짝퉁 고무신이 수십개의 브랜드로 난립하였습니다.

짝퉁은 비단 상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도 짝퉁은 없는지 깊이 반성해 볼 일입니다. 진정 ‘명품의 삶’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일등만 강조하는 어머니의 압력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살해한 고3 수능생의 엽기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행동에 대해 일부 사회학자들은 명품만을 고집하는 시장 경제주의가 가정에까지 투입돼 발생한 사건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한 가정의 평화와 행복지수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성공하는 삶’이란 인간의 사회제도 속에서 기득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지위와 물질적 풍요로움을 꼽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절대적 요인일까요? 부처님은 탐욕과 애착으로서 지위를 갖거나 부를 축적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재가자에게 경제적 활동을 장려했지만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허용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것을 주의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가자누 장자가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 와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는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재가자입니다. 저희들에게 현세와 내세에서의 행복을 인도해 줄 좋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디가자누 장자의 말에 부처님은 현세와 내세에서의 행복을 이끌어 줄 내용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자신이 종사하는 어떤 직업에서든지 숙련되어야 하고 능력이 있어야 하며, 근면하고 원기왕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둘째, 자신이 정당하게 벌어들인 소득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술과 도박 등 헛된 일로 소득을 탕진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셋째, 자신을 바른 길로 인도해 줄 선지식을 사귀는 일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멘토를 둠으로써 정신적 가치를 늘 새롭게 가다듬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넷째, 분수에 맞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업에 정진해야 할 대학생이 명품가방과 구두에 집착한다면 제 분수를 넘어선 행위가 아닐 수 없겠지요.

부처님은 또 내세에서 행복을 이끌어 줄 네가지 덕에 관해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믿음(信)입니다. 도덕적 정신적 지적 가치를 믿고 신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계(戒)입니다. 재가자로서 지켜야 할 계율을 범하지 않고 생활하라는 말씀입니다. 셋째, 베품(捨)입니다. 자선과 관용은 자비정신의 발로입니다. 넷째, 지혜(智慧)입니다. 번뇌를 없애고 열반의 경지로 나아가는 지혜를 닦을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명품과 짝퉁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명품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재질과 윤택이 살아있지만 짝퉁은 얼마되지 않아 가짜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짝퉁 인생은 잠시 반짝거릴 수 있으나 영원히 가지 못합니다. 반면에 당대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올곧게 살다 간 명품인생은 훗날 그의 빛난 삶이 조명됩니다. 부처님께서 일반 수행자와 다르지 않게 분소의를 걸치고 탁발을 하며 일생을 사셨지만 지금 수십억의 인류가 추앙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한 치의 거짓됨 없는 삶으로 모범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울리지도 않고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높은 벼슬을 했던 사람이 법의(法衣)를 걸친다고 해서 품격이 빛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법의는 수행자가 입었을 때 아름다운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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