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응 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천태불자 적극적 신행생활
활력 잃은 일본불교 본보기
새 포교 전략 세워 더 발전하길


지난 8월 26일 구인사 신도임원 연수교육에서 느꼈던 환희심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뛰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1,200여명의 불자들이 운집한 연수교육은 필자의 경험으로 가장 많은 불자들이 동참한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수에 참여하는 신도 임원들의 열기는 엄숙함과 장엄함을 넘어서는 모습이었다.
그 날은 하안거 여름 정진기간이었기 때문에 구인사에는 3,500명 이상의 불자들이 운집하여 정진하고 있었다. 누구도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아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스스로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실천하는 불자들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사중의 스님들과 신도들이 24시간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용맹정진은 불교에 문외한인 주변인들마저도 무량한 가피력과 감화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필자와 함께 동행했던 일본 류코쿠대학의 후지 요시나리(藤能成) 교수는 ‘구인사에 그렇게 많은 불자들이 결집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며 매우 궁금해 하였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이렇게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하면서 놀라워했다. 특히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천태종 신도들의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는 경이(驚異)스럽다는 반응이었다.
20여 년 전에 비하여 현재의 일본불교는 일본인들의 생활에서 많이 배제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불자들도 자주 절을 찾지만 불교를 공부하거나 신행생활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찰 납골당에 모셔진 부모님이나 조상들을 만나려는 마음이 더 많다고 한다.
오랜 전통을 지닌 일본 사찰들 중에서 신도참여가 활발한 법회는 많지 않다. 불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사찰도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일본의 전통 사찰에서는 정기적인 신행활동도 미흡하고 사찰의 대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위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불교가 유지되는 것은 납골당과 그것을 관리하는 신도단체인 단가(檀家)의 결속력 때문이다.
지금 일본불교는 납골당과 소수의 신도회에 안주해 활력을 잃고 있다. 또한 주지직의 세습과 적극적인 포교활동 부재도 문제점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가족으로 세습되는 일본 사찰의 주지스님은 사회적 지도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또한 사찰이 지역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려는 포교활동도 부재한 실정이다.
일본 불교 전체적으로 본다면 근본계율을 잘 지키는 청정 비구승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스님들이 식육대처의 문화를 수용하다 보니 수행자로의 위상을 잃고 말았다. 여기에 신앙 중심의 불교에 매몰되어 신행과 수행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불자들의 열망을 수용하지 못한 것도 일본불교 정체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본불교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수행포교시대를 개척하지도 못하였다.
오늘날의 일본불교 모습을 참고한다면 한국불교계와 천태종단이 발전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적절한 지역에 도심포교 공간을 확보하고 신도를 교육시키고, 조직화하고, 사찰 내에서 역할과 직위를 부여하고 수행으로 이끌어 주면 포교는 활성화될 수 있다. 불자나 스님, 그리고 사찰이나 종단도 모두 복덕행과 지혜행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포교 전략을 수립한다면 더욱 발전된 천태종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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