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름방학을 마치고 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했습니다. 새 학기를 맞는 자녀들에게 칭찬으로 격려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비단 자녀들 뿐 만이 아닙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면 존재감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데 있어서 칭찬은 꽤 좋은 효과를 냅니다. 어느 누구도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한한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칭찬이라는 말입니다.

옛말에 ‘위인들은 사상을 논하고 보통사람들은 사물을 논하며 소인배들은 다른 사람에 관한 얘기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 관한 얘기란 사소한 흥밋거리를 화제로 삼아 욕하고 헐뜯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화제로 삼는 것은 묘한 재미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다른 이의 흉을 보는 것으로 안주를 삼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흉보기가 꼭 좋지 않은 ‘뒤 끝’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 〈종용록〉 제56칙 ‘밀사백토(密師伯兎)’의 공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밀사백(密師伯-神山僧密의 존칭)이 동산스님과 함께 가다 흰 토끼 새끼가 앞을 달려가는 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잘 생겼구나.” 동산스님이 말하기를 “어째서요?” 밀사백이 “서민이 재상을 뵙게 된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동산스님이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하자 밀사백이 다시 말하길 “그대는 또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산이 말하기를 “누대에 걸쳐 벼슬을 하다가 잠시 권세를 잃은 것 같습니다.” 하였습니다.

토끼 한 마리를 두고 두 화상이 나누는 대화를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저는 먼저 여러분이 대화의 패턴을 바꿔보기를 권유하고자 합니다. 내가 남을 흉보는 대신 칭찬으로 어떤 이를 평가한다면 이 효과는 만만치 않게 전달됩니다. 더욱이 상대가 있는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보다 다른 장소에서 제3자의 입을 통해 특정인을 칭찬하는 말을 했을 경우 그 특정인과의 인간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바뀌게 됨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접적인 칭찬이 효과가 더 큰 법입니다.

인재양성과 관련해 한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가 꾸지람을 듣고 자란 어린이에 비해 성공률이 열 배 이상이나 된다고 합니다. 칭찬은 그만큼 무한한 힘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됩니다. 누구나 칭찬을 듣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칭찬만 앞세우는 것도 곤란합니다. 칭찬의 요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형태로 칭찬하는 것은 입에 발린 소리로 오히려 본인의 인격만 떨어뜨리게 됩니다. 충분한 요소를 찾아내 그것과의 연계로 이어지는 칭찬은 당사자에게 힘을 줄 수 있지만 아무 상관없는 요소로 칭찬하는 것은 괜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손재주가 뛰어나 뭐든 만지기만 하면 새 것으로 변신시키고 고장 난 것도 정상으로 돌려놓는 사람에게 맞는 칭찬은 ‘마이다스의 손’이라며 추켜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문학적 소양이 풍부하다거나 목소리가 좋아 가수되면 좋겠다는 표현은 오히려 거부감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또한 계속 칭찬일색으로 반복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칭찬은 식상해질뿐더러 효과가 반감됩니다.

상대의 허물을 감싸주는 것도 칭찬의 한 방법입니다. 우리 사회는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나의 허물을 감추려 하는 데에서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더욱이 남의 허물을 부풀려가면서 정의를 내세우고 진실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허물은 들여다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납니다.

앞서 소개한 〈종용록〉의 공안을 잘 들여다보면 얼마나 따스하고 위트가 있는 정경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흰 토끼’ 한 마리를 놓고 전개되고 있는 두 화상의 대화는 토끼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관념과는 대치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최상의 찬사를 토끼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토끼는 일반적인 관념으로 따지면 ‘약자’에 가깝습니다. 그를 놓고 ‘재상’이라 하고 ‘누대에 걸쳐 누린 권력’으로 표현합니다. ‘토끼’는 나약한 중생의 비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나약하지 않습니다. ‘재상’의 일면이 있고 누대에 걸쳐 누린 권력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곧 재상이고 권력입니다. 깨달음을 이렇듯 위트로 비유하고 있는 데서 선기가 돋보입니다. 나아가 선가에서도 칭찬이야말로 최고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칭찬으로 멋진 만남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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