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화된 종교 사회통합 저해
종교편향·특혜방지 위해
깊은 안목·확실한 행동 필요

서초구청이 허가해준 ‘사랑의 교회’ 신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 앞이라는 이유로 고도제한에 묶여 십수 년 동안 개발을 못해오던 소위 꽃마을은 교회가 들어서면서 슬며시 고도제한이 풀리는 등 교회권력과 정치권력의 합작 혐의가 짙다. 인허가 과정에서 “워낙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 자문위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됐다”는 푸념만으로도 당시 상황이 짐작이 간다. 특혜 의혹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도로의 사적 지하점용 허가다. 서초구청이 특별시 도로인 참나리길 지하를 사랑의 교회가 예배당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허가를 해 준 것이다. 공익사업이 아닌 교회의 사적 용도를 위한 행정재량권의 남용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종교시설을 잇는 지하연결통로 개설을 위한 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자 교회 측이 소송을 걸었던 사건에서, “종교시설의 경우 그 사회·경제·문화적 의미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그 이용의 편익을 주목적으로 하는 도로점용허가신청은 허용할 수 없다”며 동대문구청의 손을 들어준 2008년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랑의 교회보다 점용범위가 훨씬 좁은 연결통로조차 공익성이 부족하다며 엄격히 제한했던 대법원 판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허가를 내준 서초구청의 배짱은 어디서 나온 걸까.

더구나 앞으로 유사한 조건으로 개인 또는 종교단체가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무슨 명분으로 거부할 것인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습 불가능한 무리수를 두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둘째, 지하철 출입구마저 교회를 통하도록 변경했다. 기존의 서초역 ③, ④번 두 개의 출입구가 폐쇄되는 대신 교회 지하 입구로 연결되는 새로운 출입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기존의 공공시설을 없애고 교회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새 공공시설로 변경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불편한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횡포라고밖에 할 수 없다.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난해 ‘공직선거법’의 개정 취지도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특정종교시설에서 하도록 국가가 강제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사랑의 교회 특혜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권력화된 종교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막지 못하면 종교평화는 멀어지고 사회통합은 어려워진다. 종교를 가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대만큼 못해준다며 스스로 종교정당을 만드는 등 일부 ‘정치종교인’들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설 태세다. 정치가 종교에 물든 것인지 종교가 정치에 오염된 것인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에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보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이 분명한 의지를 보이면 사회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구체적으로 10월에 있을 서울시장 보선, 그리고 2012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 두 차례의 선거를 과도한 종교적 언행과 편향적 정책을 남발하는 ‘종교정치인’들을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헌법가치에 충실한 사회로 진화시키는 역사적인 일은 오로지 국민의 깊은 안목과 확실한 행동에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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