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언행과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21세기라고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 공직에 있으면서 국가와 사회에 대해 일정한 의무와 책임을 지는 인물은 개인의 권리와 이익추구에 앞서 공적의무와 책임을 감수하는 말과 행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요구가 되고 있다. 때문에 언론보도에서도 공인(public figure)은 명예훼손의 보호막으로 안전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은 특수한 신분이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발언과 처신을 둘러싸고 불교계 내에서 우려와 불쾌의 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가 사회나 이명박 개인 차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이명박 씨는 단순히 과거에 서울 시장을 역임한 사람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은 유력한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심지어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여야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정치문제도 아닌 종교문제로 타종교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국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타종교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에도 상당한 장애로 작용할 것이지만 설혹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원활한 국정수행에 적지 않은 흠결을 수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헌법 아래서 자기가 믿는 종교만을 편애하고 그렇지 않은 종교에 대해 이런저런 오해와 불리를 담보하는 국가 지도자라면 기본적으로 자격미달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과 관용이 없이 다만 이용할 표밭으로만 이해하고 ‘왕도'가 아닌 ‘패도(覇道)'적 방편만을 고집하면 이는 이명박 개인만이 아니라 우리 국가사회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씨에게는 철저한 반성과 참회가 우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연전에 개신교 청년들의 부흥집회에서 ‘하나님께 서울을 봉헌하겠다'고 하여 불교인들을 격분케 한 바 있었다. 그런 말은 물론 기독교 행사에서 기독교적 수사로는 그럴듯한 말이었지만 불교인과 서울 시민들에겐 결코 적절한 말이 될 수 없었던 것을 이명박 씨는 잘 알아야 한다. 물론 그의 그런 말은 대법원에서 ‘이유 없다'고 기각되어 법적으로 이명박 씨는 편안하게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두고두고 그를 괴롭히는 장애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와중에서 이번에는 부산에서 열린 기독교청년집회에 축사를 보낸 것이 말썽이 되고 있다. 기독교인 유력인사로서 기독교인 집회에 축사를 보내 고무격려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집회는 ‘부산의 사찰들이 모두 무너져라'는 등 종교 편향적 언행으로 불교계를 자극한 집회였다고 한다. 때문에 거기에 영상 축사를 보낸 이명박 씨는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광신도'라는 오해를 초래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오해를 유포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가 대불청의 ‘악의적 영상유포'에 법적 대응으로 나선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시에게 더 중요한 것은 법적 대응보다도 자신의 본심을 불교계에 이해시키는 겸허한 자세와 선의 표시일 것이다. 법으로는 결코 진정한 승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과 말과 처신을 신중히 하는 노력은 큰 뜻을 가진 공인에겐 필수불가결한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종원 전 불교언론인회 회장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