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름 휴가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은 취하셨습니까? 휴식은 흔히 재충전이라고도 말합니다. 이 재충전을 통해 우리는 일의 진척을 기하고 성과를 얻습니다.

언젠가 텔레비전 광고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카피가 방송돼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일하며 산 당신이야말로 휴가를 떠나도 좋다는 의미의 광고였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삶에 너무 지친 나머지 쉬고 싶어 아픈 척 하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는 적지 않은가 봅니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없던 병을 만들어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한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됩니다.

비단 휴가 뿐 아니라 교통사고로 한 일주일만이라도 병원에 들어가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삶에서 주어지는 고통을 피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도피의 방법으로 휴가나 병가를 상상합니다. 쉼 없이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심정에서도 그렇고, 빠듯한 살림살이를 메워가야 하는 압박이 지속될 때 여기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보다 ‘환자’를 가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기꺼이 이해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벽암록〉 제87칙에 보면 운문 화상이 대중에게 “약이 병을 고치고 병은 약을 다스리는 법이다. 온 세상이 다 약이다만 너희들 자신은 대체 무엇이냐?”고 수시(垂示)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운문 화상은 이 가르침을 통해 대중들이 지니고 있는 나약함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칭병을 이유로 수행 근기를 떨어뜨리는 이들을 향해 ‘온 세상이 다 약’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목표에 나아가는 의지가 부족한 사람은 핑계거리를 만들려 합니다. 그 핑계거리로 자신을 변명하고 옹호하려 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일시적 처방은 가능하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인생은 흔히 마라톤에 비유됩니다. 욕심을 내어 기회가 생겼을 때 한꺼번에 얻으려다 오버 페이스가 되어 쓰러지는 일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병을 핑계 삼아 거짓 환자 노릇하다가 뒤처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인생도 마라톤처럼 자신의 목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생에서 낙오란 실패이며 실패자는 설 자리마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마라톤을 있게 한 페디피데스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침략을 물리친 마라톤 전투의 주인공 페디피데스는 야생염소들만 겨우 지날 수 있다는 거친 산악지대 240㎞를 달리고 달려 스파르타에 도착해 구원병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전투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곤 마침내 침략군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는 이 소식을 아테네에 전하기 위해 또 달렸습니다.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의 거리는 36.7㎞. 전투에서 지친 몸으로 달려 온 그는 ‘승리했다! 승리했다!’고 외친 후 숨을 거두었습니다. 마라톤 경주는 승전보를 아테네에 전달한 페디피데스의 일화를 기념하기 위해 제1회 근대 올림픽부터 채택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마라톤의 거리가 왜 42.195㎞로 제정되었는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없어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단지 페디피데스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쉼이란 모른 채 달렸고 이로 인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이런 정신이 결국 침략군을 퇴치하는데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페디피데스의 일화는 스스로 병을 만들어 나약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그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좋은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누가 보건 보지 않던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페디피데스가 잠시 쉬어가도 탓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일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소중한 일이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의 ‘쉼’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한 번 생각을 바꾸어 일의 중요성을 따지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이라서 위대하다는 생각을 가져봄은 어떨까요? 이러한 일을 하는 내가 병을 핑계로 몸을 도피하는 일 따위는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실제로 병마가 내 몸을 괴롭힌다 해도 병 따위에 굴복하지도 않습니다.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의지가 불타오르는 사람은 온 세상이 약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병이란 잠시의 장애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물며 스스로 병을 지어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겠습니까? 즐겁게 지내고자 하는 시간도 부족한데 스스로 고통스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외적 조건에 굴복하여 자신의 내면적 특성까지도 잃어버리고 사는 삶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자신이 위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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