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행 빙자한 막행막식
사회적 비판 실망 초래
출가정신 되찾아야

조계종이 근래 내세우고 있는 ‘자성과 쇄신’공약으로 승가는 물론 불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 나라의 대표격 불교종단인 조계종이 자기 스스로 정화와 쇄신을 통해 불자들은 물론 사회일반의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겠다고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승가 정화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다.

스님이 외형상으로만 스님이지 실제로 마음을 쓰고 행동하는 내용을 보면 속인의 그것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일반 시민의 윤리적 행동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이 근래 너무 자주 목격되면서 사회적으로 자초한 스님에 대한 평가절하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에서는 스님들이 부처님의 계율에 따라 엄격한 지계생활을 하지않을 경우 ‘파계승’으로 낙인찍는 게 보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지식이 상도를 벗어난 행동으로 깨달음의 환희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한참 공부에 정진해야할 스님들이 막행막식으로 대도인의 행태를 흉내내면서 깨달았다는 허상에 빠지는 것은 더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스님들이 출가본래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승가 안에서 속세적인 안락과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잘 먹고 잘 입고 편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이겠지만 탐진치 삼독에서 벗어나 부처님이 이루신 깨달음을 성취하여 어리석은 중생들을 구하겠다고 하는 큰 서원을 멀찌감치 던져버리는 양상은 참으로 심각하다 할 것이다.

구도를 위해 고생을 각오하고 스님이 된 경우가 요즘이라고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스님 가운데 잘 먹고 살 놀며 이권을 누리겠다고 하는 목적으로 스님의 길을 선택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때때로 사회적 비판과 실망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겠다. 총무원의 간부나 큰 절의 주지자리를 놓고 엄청난 돈을 쓰고 상궤를 벗어난 다툼을 벌이는 풍토도 풍토려니와 스님의 의상이나 자가용차를 타는 경쟁이 속가의 큰 사업가를 능가하는 상황이라면 스님들이 수행으로 밤낮이 없다는 소리는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선지 최근 동국대의 보광 스님이 대중 앞에서 솔직하게 자기비판적인 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큰 감명을 준다. “조계종은 살만해 졌다. 불사도 할만큼 했다. 등 따시고 배부른 시대가 왔다. 기왕 개혁과 쇄신을 하려면 자기발전적 개혁을 해야한다. 출가정신의 상실이 문제다.”

애초의 출가할 때 결심은 어디가고 부패 타락의 승가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신이 아닌 남에게만 책임을 묻고 질책을 되풀이한다. 나라가 전통문화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서 정작 자신들은 영산재 등 승가의 전통문화 전승에는 게으르다. 환경·통일·평화운동을 한다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외면하고 좌파 사회단체의 이념편향에 동조하며 이용당하기 일쑤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급한데 무슨 화두냐’고 아우성치지만 정작 이들이 굶어죽는 사람이 수두룩한 아프리카에 달려가 구호활동을 했다는 소리는 풍편에도 들리지 않고 무도한 침략자의 포격에 죽은 연평도주민을 위해 108배를 하며 북한에게 평화를 요구했다는 소리는 못들었다. 정말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입으로만 하는 자성과 쇄신이라면 사회의 빈축은 더 클 것 같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