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직면, 아집 깨고 하나의 불교 돼야"

천태종 금강불교대학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알버트 웰터 교수.

성인 1억 6천만 중 불자 400만 명

미, 불교 종파 간 다툼 자성 필요

불교학결집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캐나다 위니펙대학 아시아종교학과 알버트 웰터(Albert Welter) 교수가 지난 4월21일 금강불교대학(서울 관문사내)에서 ‘미국 불교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주제로 80분간 강연을 펼쳤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지역 포교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껴왔지만 정보의 부재에 목말랐던 한국 불자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해 준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다음은 강의 요지.   <편집자>

미국 사회에 불교를 가장 먼저 알린 것은 소수의 엘리트층 입니다. 이들 말고도 이민을 왔거나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을 들 수 있는데, 1853년 강제로 끌려와 금광노동자 생활을 했던 중국인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끌려온 후에도 불교에 의지하며 생활터전 속에 사찰을 지었는데 이것이 미국 최초의 사찰입니다. 이렇게 생겨난 절이 1900년에는 미국 전역에 400개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되자 미국인들은 유색인종의 증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됐고, 이민법을 고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본인이 하와이로 건너와서 일본불교를 전하는 등 불교는 계속 전해졌습니다.

# 민족 간 불교교류 단절 큰 문제

미국의 성인인구는 1억6천 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 중 75%가 그리스도교, 13.2%가 무종교, 이외에 유대교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교신자는 많이 잡아도 400만 명을 넘지 않습니다. 인구비율로 보면 매우 적은 편입니다.
이들 불교신자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앞서 언급한 이민자 그룹입니다. 이들은 주로 아비달마 신앙과 관음신앙을 중심으로 신행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민족 간 교류와 화합의 단절입니다. 미국 내 한국불교의 경우도 한국인 2, 3세에 대한 포교에 집중돼 있을 뿐 그 외의 포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다른 이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대만, 티베트 등 타민족에게 불교를 전하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법회도 자국어로만 하기 때문에 다른 민족이 법회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서로 간에 소통과 융합이 없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특정한 민족에 구애받지 않고 불교를 전파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일본의 창가학회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불교 인구는 일반적으로 3만5천 명 정도라고 하는데 제가 행사에 참가해본 것으로는 30만 명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들은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삼는데 라틴계와 흑인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어필하는 이유는 창가학회가 물질적인 성공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학자 막스 베버가 ‘중세 유럽에서 돈은 똥'이라고 말한 후 돈이 많은 것은 자랑이 아니었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죄의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종교개혁자들이 나와 “돈을 버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고 가르친 후에야 사라졌고, 얼마 후 자본주의의 발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창가학회는 종교개혁자들처럼 ‘가난은 업이다'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이며, 신앙생활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가르칩니다. 다시 말해 ‘돈을 잘 버는 것은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르침은 돈을 벌고자하는 욕구를 지닌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고, 이들이 찾아오게 만들었습니다.

# 변질되고 멍드는 미국불교

미국의 서점에 가면 불교관련 서적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은 앞서 언급한 두 유형의 불교신자들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엘리트층, 주로 백인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 부류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 8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의 51% 이상은 석사 이상의 학력을 지닌 지식계층입니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명상과 위빠사나 그리고 선에 깊숙이 파고듭니다.
하지만 이들은 불교를 받아들일 때 주관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의 신앙형태를 여러분이 보게 된다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불교를 ‘신불교'라고 말하며, 의례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한 불교신자의 90% 이상은 백인이며, 상류계층입니다. 또 이들은 자기들이 해석한 불교교리에 따라 환경, 인권, 전쟁반대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수는 전체인구와 비교할 때 극히 적습니다. 불교인구와 비교해도 적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의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숫자가 적어도 인권, 여성, 환경운동에 참여해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교를 신앙하는 그룹을 엘리트그룹, 이민자그룹, 대중을 파고드는 그룹 등 세 유형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모두 불교를 실천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외에 또 하나의 그룹이 있습니다. 그들은 ‘문화불교'라 불립니다. 앞서 세 유형과 달리 특정한 종단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불교에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 즉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도, 불교의 교리를 실천하지 않아도 세상을 불교적으로 바라보는 그룹입니다. 이들은 불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며, 현재 이 유형의 사람은 미국 내에 많은 편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미국에는 분명히 불교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교란 현상은 있지만 통일된 미국 불교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불자들은 자비심이 있어서 얼굴이 환하지만 서로 소통이 안될 뿐더러 서로가 서로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또 이들은 각기 자신들의 전통이 옳다고 말합니다. 이렇다보니 간혹 민족불교를 신앙하려는 사람도 자기만의 의례를 행하기 일쑤입니다. 미국 내 불교의례가 통일성을 갖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의심하고, 다투는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창가학회는 수행보다 돈을 잘 버는 게 중요하므로 돈을 잘 버는 염불을 외게 합니다.

# 위기의 미국불교, 발전을 위한 제언

그러면 앞으로 미국사회에서 불교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국불교는 앞으로 미국사회 전체로 볼 때 그리스도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민자까지는 본국에서 신앙했던 불교의 형태를 유지하겠지만 2, 3세들은 그리스도적 문화 속에서 교육을 받고,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 2, 3세들은 사회생활을 위해 다수가 개종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고, 더 증가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불교인들은 잘 이해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이민자들의 민족불교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중포교를 지향했던 창가학회의 경우도 돈 문제, 정치적 문제와 스캔들로 인해 불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엘리트불교 역시 완전히 새로운 불교를 지향하다보니 전통을 고수하려는 층과 새롭게 변신을 하려는 층이 나눠지고 있습니다.
엘리트불교의 문제점은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신도와 승려와의 관계입니다. 둘째는 이들이 조직의 구속을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신앙과 신행의 문제(예 : 경전연구와 실천적 수행)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불교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젊은 세대에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민족의 벽과 지역적 특성의 벽을 넘어야 하고, 엘리트불교와 대중불교와 민족불교가 화합을 통해 대승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그리스도교가 일반인에게 거부감을 주듯이 불교신자들이 생각하는 ‘불교는 생각이 깊고, 넓다'는 자의식이 미국인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네 번째는 서로 다른 불교 간에 대화의 창구가 만들어져 소통이 원활해져야 합니다.
끝으로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어떠한 불교이든 어떤 사회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토양(미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알버트 웰터 교수

인/터/뷰 - 알버트 웰터 교수

“문제해결 늦으면 침체 빠질지도”

“오늘날 미국 사회의 불교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엘리트불교는 일반인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일반인에게 다가서던 대중불교는 씨앗만 뿌렸을 뿐 열매를 맺지 못한 채 변질되어가는 실정입니다.”
당·송 시대 중국불교사를 전공했지만 최근 미국 사회의 불교 변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는 알버트 웰터 교수(캐나다 위니펙대학 아시아종교학과)는 강연이 끝난 후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불교인의 한사람으로서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 불교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 불교의 유형과 불자들의 민족 및 계층 간 괴리 해소와 젊은 세대를 위한 포교방법 발굴이 시급하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칫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며  미국 내 불교 간에 대승적인 화합이 절실하다고도 지적했다.
알버트 교수는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민족불교가 이민 1세대 사후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불교를 신앙하는 민족의 경우 가족공동체의 유대가 강하기 때문에 비록 3, 4세대가 불교에 흥미를 잃더라도 완전히 단절되진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며 “민족불교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실업률이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일부 엘리트불교인들이 동양으로 건너가 단기간에 선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돌아와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불교를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시대 풍조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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