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이웃종교보다 더 특별하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인간중심이 아니라 자연과 중생이 하나 되고 인간과 중생군(衆生群)이 공업중생(共業衆生)의 연기사상에 입각해 차별 없는 삶의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가르칩니다. 공업중생이란 우주 전 생명체를 아우르는 불교의 핵심적 사상입니다. 한낱 미물일지라도 함부로 다루지 말 것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어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부터 동물을 발로 차거나, 둔기로 때리는 등의 가혹행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동물을 상대로 각종 실험을 하며 운영되고 있는 동물실험 관련 위원회도 정부 감독을 받게 되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이러한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복지를 누릴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무조건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따라 미국은 1873년 일찍이 ‘동물복지법’을 제정해 동물의 무차별 살상과 희생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로부터 한참 뒤인 1961년 캐나다가 뒤를 따랐고 독일·일본·프랑스·스위스 등의 국가가 1970년대에 들어와 차례로 동물관련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나 허술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제 20년 만에 그간의 문제점을 보완해 개정안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불교의 눈으로 보자면 반려동물 뿐 아니라 맹수를 비롯한 악어·펭귄·여우 등 모든 동물이 차등 없이 보호돼야 할 중생들입니다. 다행인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동물보호의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동물복지 5대 원칙’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이 5대 원칙이란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이 같은 동물복지 5대 원칙이 알려진 것은 한 유명한 식품업체가 자사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인용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자사상품은 이 5대 원칙을 지킨 동물을 식용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맛과 질이 뛰어나다는 내용의 홍보였습니다. 동물의 복지문제가 장삿속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지만 저변의 인식을 확대하는데 기여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동물을 상대로 한 잔혹성과 생명경시풍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큰 안타까움입니다. 인간중심의 사고가 고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 동물학대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 4권 93경 ‘장신경’에서 동물학대와 관련한 중요한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한 바라문이 사성대회(邪盛大會)에 부처님도 참석해 달라고 청원했습니다. 사성대회란 동물을 희생시켜 신에게 공양함으로써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을 것이란 믿음에서 치러진 동물희생제를 말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복을 짓기 위해 마련한 사성대회가 오히려 세 가지 죄를 짓는 대회가 되겠구나”라고 전제하고 “세 가지 죄란 무엇인가? 너는 지금 ‘온갖 동물을 희생하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한다면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죄를 짓고, 입으로 죄를 짓고, 또 죽이게 되면 몸으로 죄를 짓는 것이니 마땅히 그 과보가 따를 것이다. 그러니 바라문이여, 묶어 놓은 동물들을 풀어주라. 동물을 풀어줄 때는 ‘내가 너희들을 자유롭게 풀어 줄 터이니 산이나 늪이나 들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바람을 쐬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말하라”고 바라문을 타이릅니다. 이에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대로 모든 동물을 풀어주고 희생제를 취소했습니다. 그 대신 깨끗한 음식을 마련해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청했습니다. 부처님은 그 공양초대에는 기꺼이 응하셨습니다. 이때 이미 부처님은 ‘동물복지 5대원칙’을 말씀하셨습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도 무분별한 동물포획을 금하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제의 법왕은 ‘12월에 영을 내려 살생을 금하고 민가에서 기르는 응요(매와 새매)를 거두어 놓아 주었으며, 어렵도구(漁獵道具)는 태워 버렸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불심이 강했던 법왕은 당시 생계가 아닌 취미로까지 번져 물고기와 동물포획이 만연하자 이를 방지하는 칙령을 내렸던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내 주변의 모든 동식물은 나의 불성을 이루어 주는 인연의 끈들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거나 학대를 하는 것은 불성을 혼탁케 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방생의 자비를 실천하지는 못할지언정 살상과 학대를 당연시 한다면 참된 불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공업중생의 사상을 잘 헤아려 모든 동식물에게까지 자비와 사랑이 넘치는 중생세계를 만들어 갑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