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태 난 사찰 찾아…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선운사 동구(미당 서정주)


제주도와 남도에서 봄소식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봄은 화사하게 불붙는 꽃들의 신음에서 먼저 시작된다. 겨울을 이긴 대지가 참았던 기지개를 활짝 펴는 순간, 꽃들은 툭툭 하늘을 향해 줄줄이 입술을 벌린다. 꽃 폭죽이 터지기 직전의 꽃망울들은 산과 깊은 골짜기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을 맞고서야 사찰 앞마당에 활짝 터트렸다.

봄의 전령사인 동백에 이어 산수유가 온 천지에 가득 피어올라 사찰을 참배하는 불자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곧 이어 핀 벚꽃과 목련의 낙화 뒤, 굽이굽이 진달래 길 따라 피 토하듯 철쭉이 산천 곳곳에 피어오를 것이다.

올해는 평년에 비해 기온이 1,2도 높아 꽃들 피는 시기가 4,5일 빨라졌다. 주말에 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사찰 참배를 권해 본다.


동백으로 치장한 선운사와 미황사, 대흥사


땅끝 마을 해남의 아름다운 미황사는 요즘 한창 피어올라오는 동백꽃에 이어 흐드러지게 핀 할미꽃과 진달래 천지다. 흐드러지게 피어 수명을 다해 떨어진 동백 꽃오리를 피하며 미황사에 오르는 길은 상쾌하다.

숲길 옆 봄빛 훈기 맡고 피어오른 새싹들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날 정도다. 동백과 더불어 유명한 미황사 낙조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 불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웃음꽃보다 화려하게 피는 동백을 보기 위해서는 해남 대흥사와 고창 선운사도 좋다. 서산대사가 “두류산(대흥사)은 기화이초가 아름답게 피어있고, 옷감과 먹을 것이 항시 끊이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대흥사 주변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벚꽃과 진달래, 동백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산수유 쌍계사와 벚꽃 금산사


남녘 바다에서 봄기운이 섬진강을 따라 오를 때 쯤, 산수유가 활짝 피어 봄 손님을 마중나간다.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는 샛노란 물결로 굽이굽이 돌고 돌아 쌍계사 주변에서 활짝 피어오른다.

산수유가 질 무렵 금산사 마당에는 벚꽃 천지가 된다. 하얀 꽃비가 내리는 벚꽃 나무 밑에는 동화 속 세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천상의 미륵보살님이 금방이라도 내려와 중생들의 고통을 감싸 안을 것 같다.


꽃 천지 구인사와 목련이 좋은 문강사


4월이 되면 충북 구인사에도 봄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붉게 타오르는 홍매화를 시작으로 5층 법당 앞에 흐드러진 벚꽃비가 내리면, 목련이 고고함을 드러내듯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어 진달래와 철쭉이 도량 가득 피어오르면 밤을 잊고 기도 정진하는 불자들의 가슴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4월에는 3만여평 가득히 야생화 핀 의왕 대안사도 좋다.

3월 중순 되기도 전, 제주 문강사의 뜰 한편을 지키고 있던 목련은 바닷바람 맞아 밤이면 너울너울 춤추며 하늘조차 가린다. 풍성한 목련 사이사이로 언뜻 보이는 바다와 하늘은 언제 겨울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따스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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