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참여·역할 확대
가톨릭·개신교 변혁 노력
불교도 과감한 변혁 필요

모든 것은 변화하고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법칙은 종교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시 주술의 세계로부터 발전되어 나온 종교는 선진지식을 보존 전파하고 사람들에게 정체성과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는 등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능을 제공해 주었다. 서양에서 중세 천년을 종교가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세상은 변하였고 종교가 행하던 기능을 다른 분야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종교도 자기 변혁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식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기능은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에서 담당하게 되었고 인간의 정체성은 민족국가나 각종 사회단체에서도 제공한다. 정신적 심리적 치유와 안정은 의학이나 심리학으로도 가능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세속화의 진행은 종교의 존립을 위협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근대화논자들은 근대화에 따라 종교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근대화는 오히려 종교를 부활시키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근대화가 종교에 뿌리를 둔 전통적 생활양식과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면서 인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근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종교에게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제 종교는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정체성의 재정립과 종교 다원주의를 수용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톨릭은 이미 1962~65년 기간 개최된 바티칸 제2공회에서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공식으로 표방하였다. 이를 통해 그 동안의 정복주의적 선교를 더 이상 기독교 이외의 전통 종교들에 대해 폭력적인 형태로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확한 전거를 마련해 놓았다. 또한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가톨릭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사과하고 사랑과 자기희생을 강조하였다. 이를 계기로 가톨릭의 교세와 영향력은 지난 수십 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개신교 역시 변화를 거부하는 근본주의 운동이 있으나 개혁적인 교파는 다원화된 세계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의 국제조직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90년 ”바르 선언: 다원성에 관한 신학적 관점”(Baar Statement: Theological Perspective on Plurality)을 기점으로 결정적으로 종교 다원주의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또한 불교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그 장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기가 믿는 신 이외에는 어떤 다른 종교도 인정하지 않지만 이웃종교와 함께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변혁을 위해 애쓰고 있다.

안타깝게도 불교는 이웃 종교의 변화에 필적할만한 자기 변혁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종교에 대해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부족하며 교리의 합리성과 과학성에 안주하여 과거의 폐습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 종교의 근본정신을 다시 살리려는 노력과 함께 교회 운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평신도의 참여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이웃종교의 노력과 견줄만한 변화가 불교에는 아직 없어 보인다. 관혼상제를 포함한 중요한 인간사에서 이웃종교가 비신자에게도 행하고 있는 봉사활동도 불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붓다의 혜명을 이어가기 위해 불교도 이제 과감한 자기 변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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