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귀 희
솟대문학 발행인, 방송작가


장애인에 대한 불교 문턱
통념에 의한 분별심 때문
전문 전법단 창단 ‘희소식’


부처님! 어떻게 저에게 그토록 큰 선물을 주셨습니까?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에서 올 불자대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멍해졌습니다. 나한테도 이런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불자라는 것 외에 불교를 위해 한 일이 없습니다. 불자라는 것이 부끄러울 만큼 신행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저로서는 사찰의 문턱이 너무 높아 그 문턱을 넘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부처님께서 나를 자꾸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으로 박사과정 공부를 하려는 것도 실패하고 방송작가면서 불교방송이나 BTN에서 일하는 것도 이어가질 못해 나는 불교와 인연이 없다는 어리석은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우리 불교는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독설까지 내뿜었습니다.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며 교계를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너무 힘들 땐,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어김없이 부처님을 찾았고 불교와의 모든 인연을 그리워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워하며 부처님께 매달리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내 첫사랑은 이렇게 슬픈 짝사랑으로 나를 아프게 했습니다.

이토록 어리석은 저에게 불자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불자대상을 주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너무나 어리석기에 포기할까봐 잡아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장애인의 손을 잡아주시겠다는 약속을 해주신 것입니다. 얼마 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창단한 장애인 전법단은 장애인 보듬기의 본격적인 실천입니다.

장애인 전법단 창단식에 참가했다가 또 다시 가슴이 멍해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조계사 법당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구름이가 입실을 한 것입니다. 법당에 시각장애인안내견이 들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구름이는 불교의식을 아주 경건하게 따라했습니다.

사람들이 일어서면 구름이도 일어나고 사람들이 좌정을 하면 구름이도 앉으며 행사 진행에 맞춰 시각장애인 불자를 잘 안내했습니다.

돌아가는 구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마 부처님께서도 시각장애인 불자를 안내하고 온 구름이를 대견해하셨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감동스러운 장면은 뇌성마비 불자가 보여준 합장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뇌성마비라는 장애는 자기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있는대로 흔들어야 합니다.

머리 뿐만이 아니라 몸도 마구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뇌성마비 불자는 그 힘든 일을 아주 자비스런 표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전법단 창단식에서 부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장애인 불자들에게 장애라는 옷이 부끄럽지 않고 장애나 비장애라는 분별심을 버리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우리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하고 장애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불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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