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병술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부처님 법에 오고 감이 어디 있겠는가 만은 아직은 사바의 중생인지라 1년은 3백65일이라는 시간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참으로 유감이 많은 병술년 세모다. ‘북한 핵실험'이라는 미증유의 안보 불안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겨야 할 것 같다. 관청의 유리창이 대거 박살 나고 담장이 뜯겨 나가는 폭거를 방불케한 한미자유무역 협정 저지 과격 시위는 2006년 세모를 더욱 어둡게 했다.

노무현 정권의 4년 집권 결과는 광적인 부동산 값 폭등으로 인한 국민 다수의 실망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등 ‘실패'의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는 영수증을 발부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민족이 낙관 보다는 비관을 앞세우는 성향이 없진 않지만 아무리 돌이켜 봐도 올 한 해의 세속 살림살이는 무더운 습기와 찬 바람 몰아친 북향의 ‘음지'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관과 울분만으론 안된다. 불교는 번뇌를 보리로 바꾸어 쓰라고 가르친다. 번뇌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어차피 번뇌를 숙명적으로 안고 차안(此岸)을 살아가도록 돼 있다. 다만 번뇌라는 씨앗을 보리로 꽃피우면 된다.

서양 격언에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병술년의 실패와 치부를 다가오는 2007년의 성공을 보장하는 반면교사로서의 어머니로 모셔 받들자. 이것이 바로 불법이 거듭 강조하는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의 도리다. 우리 불자들은 이러한 신심으로 살기에 한 생각에 과거 · 현재 · 미래의 3세를 모두 낙원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 광명이 밝게 비치는 내일로 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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