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도 산 종의회의장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미혹의 중생을 해탈의 세계로 나아가게 한 대 구세주가 강탄한 날이므로 행복과 축복의 날입니다. 그러므로 맘껏 기쁨을 누리십시오. 불소행찬을 비롯해 빼어난 불교문학을 대표하는 불전 등에서는 부처님이 오신 기쁨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날 하늘은 모든 서상(瑞相)을 나타내 이 일대사 인연을 축복하고 찬양하였다. 연화는 분분히 날라 사람의 몸에 붙고, 울리는 묘악(妙樂)은 온 몸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일월은 한결같건만 광휘는 더욱 밝다. 맑은 샘은 파지 않아도 자연히 땅에서 솟고, 천악(天樂)은 룸비니 동산에 구름처럼 연주되어, 때 아닌 나뭇가지에도 꽃을 피운다. 사곡(邪曲)한 사람도 일시에 자비심을 내고, 병든 사람도 자연히 나았다. 맹수와 흉금은 적연히 소리를 감추고, 만천(萬川)도 흐름을 멈추고, 탁한 물도 다 깨끗해진다. 하늘에는 일점의 구름이 없고, 천고(天鼓)는 자연히 울어 삼천대천세계에 똑같은 음성으로 대구세주의 강탄을 찬미한다.”
부처님을 가리켜 ‘성중성’(聖中聖)이라 합니다. 성인 중의 성인이라는 뜻이니 그 위대한 인격과 가르침과 자비는 우러를수록 더욱 빛이 더합니다. 따라서 불덕을 찬탄하는 일이야말로 법륜을 굴리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여래를 흠모하는 일이말로 중생 사랑의 자비와 통합니다. 불덕의 찬탄은 부처님을 신격화하여 맹목적인 신앙심을 일구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대승경전을 보게 되면 부처님을 찬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단지 맹목적 찬탄과 믿음이 아니라 그것은 곧 모든 중생에 대한 찬탄과 믿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부처와 중생은 다르지 않습니다. 중생이란 모두 미완의 여래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불국토를 이룰 씨앗들입니다. 부처님에 대한 찬탄은 그러므로 중생들에 대한 격려이며, 수기이자 피안의 세계로 안내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불신의 벽이 높아지게 되면 서로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게 됩니다. 남의 허점을 자꾸만 들추게 되고 약점을 공격합니다. 서로가 이러한 모략과 비방을 일삼다 보면 우리의 현실세계는 말 그대로 아수라가 됩니다. 굶주린 자의 눈빛은 살기를 띠게 되고 평정심을 지니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능욕해야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스스로 늘 다른 이를 칭찬하고 공경의 예를 갖춘다면 그 공덕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체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덕을 찬탄하는 공덕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불덕을 찬탄하는 이의 공덕을 나열하자면 한이 없으나 대표적인 세 가지만 간추려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나를 시기하거나 모함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사라집니다. 오히려 나를 좋게 이야기하고 가까운 벗이 되기 위해 찾아옵니다. 칭찬과 공경이 몸에 배어 있으므로 훌륭한 교우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둘째, 선근을 길러주므로 무병장수합니다. 불덕을 찬탄하는 공덕은 미래세가 다하도록 미친다 하였습니다. 하물며 현세에 있어서 받게 될 공덕 중 내 몸의 건강은 보증수표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마음 속의 불안과 갈등과 애증이 없기 때문에 육신의 고통 또한 따르지 않습니다. 셋째, 재화(財貨)의 부족을 겪는 일이 없습니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제불보살과 주위의 도움이 잇따르므로 어떠한 곤경도 쉽게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신라말 고려초의 명승 균여대사가 지은 ‘보현가’를 떠올리면 불덕찬탄의 공덕이 당시 백성들에게 얼마나 큰 믿음으로 작용하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보현가’는 《균여전》에 수록돼 있는데 당시 인구에 회자되었을 뿐 아니라 각종 치병에도 신통력이 있다고 알려져 매우 소중히 여겼다고 합니다.
또한 세종대왕이 수양대군에 명하여 편찬한 《월인천강지곡》은 부처님의 업적과 공덕을 찬송한 책으로 우리나라 불교문학의 웅작이라 하겠습니다.
불자여러분!
올해 부처님 오신날 봉축연등은 이처럼 불덕찬탄의 의미를 새겨 달아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그 찬탄의 내용은 경전을 독송하시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대로, 나만의 찬탄 내용을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부처님은 나에게 ‘이러 이러한 가피를 주시는 분’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맞춰 부처님을 찬탄하고 그 내용에 맞게 나의 신행생활을 이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한다면 참다운 불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요.
부처님은 여러분이 염원하시는대로의 몸과 법신으로 사바세계에 나투십니다. “때 아닌 나뭇가지에 꽃이 피고, 병든 사람도 자연히 나았다”는 부처님 탄생의 묘사는 과장과 허위가 아니라 우리 중생의 바람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잘 인식하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오실 때마다 우리네 중생들이 모두 행복하여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