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말이면 상춘객들로 산과 들이 붐비고 있습니다. 봄내음을 맛보기 위해 산하대지는 봄의 신비한 기운을 흩뿌립니다. 반면 봄날의 따스한 정경과는 달리 우울한 소식들도 전해옵니다. 우수한 인재들만 몰린다는 카이스트 재학생들의 잇딴 자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코스닥 기업 씨모텍의 대표 자살, 인사담당자였던 모 지방공무원의 자살 등등. 이들의 죽음은 지독한 가난과의 싸움도 아니고, 모진 운명이 빚어 낸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히려 관련 조직의 분야에서 미래를 향도할 촉망받는 인재였고,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의 신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하였을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고(苦)라고 하는 것도 엄밀히 들여다보면 정신적, 숙명적인 것 외에 육체적, 현실적 상황이 반영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고에서 여의게 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인데 그 방법은 올바로 사는 것에 있습니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말하며 바른 행위를 하도록 하는 등 8가지를 제시한 것이 8정도(正道)입니다. 말 그대로 정도를 걸을 때 현실의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 숙명론적 고통도 모두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도를 걷는 기본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변화 시키려는 노력에 있습니다. 우리가 밤새 철야정진하며 관음정진 백만독 릴레이 정진을 하는 이유도 방일한 자신을 경계하며 자신을 새롭게 가다듬으려는 각오에서 비롯됩니다. 기도는 내 자신의 성찰로 시작하여 앞날의 다짐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성찰이 깊으면 깊을수록 다짐이 크면 클수록 기도의 효과는 배가하는 법입니다.

우리 인간은 인생을 살다보면 어떠한 사유로 말미암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순간에 수십년 공들여 쌓아놓은 명예와 재물이 날아가 버리는 경우 참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참기 힘든 인간적 모멸감과 수치심마저 들 때 누구인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죽음과 함께 고통도 같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가족과 친지, 주변사람들에게 슬픔과 나머지 잔업을 떠넘기는 죄업이 배가되어 고통은 다음 생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미래를 가꾸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러분은 연기론의 가르침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나우루 공화국의 예화를 들려주겠습니다. 나우루 공화국은 남태평양의 외딴 섬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여의도 면적의 2.5배 밖에 되지 않는 이 나라에는 1만 2천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나우루국은 한 때 세계 최고의 부를 자랑했었습니다. 세금도 없었으며 학비도 공짜, 전기요금도 공짜였습니다.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새 알바트로스가 산호초 위에 쏟아내는 배설물이 세월과 함께 쌓이면서 인광석을 만들어냈습니다. 인광석은 고급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고가로 세계시장에 팔려나갔습니다. 1981년 당시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 일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나우루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늘 축제와 같았습니다. 이런 나우루 국가가 지금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인광석이 2000년대에 와서 바닥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나우루 공화국과 국민은 오늘날의 부를 밑천으로 삼아 미래를 건설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갔던 것입니다.

흔히 중생을 일러 ‘미완(未完)의 여래(如來)’라 합니다. 현재로서는 중생의 몸이나 미래엔 모두 부처가 될 신분이라는 뜻입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그리고 부처가 될 신분의 중생들을 위해 부처님이 《아함경》이나 《제덕복전경》 등을 통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제시해 놓은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원과 탑의 건립입니다. 우리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우리 몸과 정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과수·수목 등을 심고 연관사업을 전개하여 여러 사람에게 그 혜택을 제공하여 주는 것입니다. 셋째, 병원을 건립하여 중병을 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넷째, 교량을 가설하거나 선박을 조작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오고 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섯째, 우물을 파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입니다. 여섯째, 객사를 지어 여행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공동변소를 지어 여러 사람들이 이용토록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회복지사업을 거론할 때 등장하는 부처님의 말씀인 바, 실제로는 인간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할 고통의 원인을 해소케 하려는 대비책이기도 합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가 발휘될 때 나를 힘들게 하는 고통의 원인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