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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평화공존의 전제
  •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1.04.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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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사회 지키며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상호 인정이 전제돼야 한다

종교간의 갈등과 정치권력의 종교편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있는 요즈음, 그것을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여러 방면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특히 종교적 관용성을 지닌 불교권에서 이런 움직임들이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조계종에서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21세기 아쇼카 선언’(가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라 할 것이다. 종교 갈등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불교가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 현대사회의 큰 문제에 대해 적극적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도, 즉 여러 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각각 이 세상을 위해 나름의 기여를 하기 위한 틀을 만들어나가자는 시도는 여러 종교들이 모두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동료 또는 파트너가 될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모든 종교들은 각각 경쟁자이면서도 동지라는 것이다. 나와 너가 경쟁자이면서도 동지일 수 있듯이…. 그러한 전제에서 출발할 때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규칙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그 기본 규칙이 없다면 무한 출혈의 경쟁이 될 위험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각각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발휘하면서 각각 나름의 기여를 하는 평화공존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의 전제가 부정된다면 어찌될 것인다. 종교의 평화공존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고, 또 그것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인 회의를 일으키는 일들이 우리가 파트너로 인정하고자 하는 타 종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타 종교를 비난하거나 헐뜯고자 해서가 아니다. 문제를 덮으려 하기 보다는 드러내 놓고 한번은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신교계에서 일본 지진 참사를 두고 나온 발언을 보자. 신을 믿지 않아서 그런 참사가 일어났다? 그것은 신의 의도인가 아닌가? 그 신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신인가? 그렇다면 다른 종교를 지닌 우리들은 앞으로의 학살예정 명단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인가?

이렇게 극단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리석고 부족한 존재인 나만 하더라도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나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을 해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신은 완전하기에 그런 뜻을 가지고 그런 권능을 행사해도 되는 것인가? 그것이 과연 사랑을 근본으로 한다는 신의 모습인가?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종교계 전체의 일반적인 해석이 과연 그러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면 당연히 그 종교 안에서 어떤 입장 정리가 있어야 옳다. 그런데 아직 어떤 정리된 입장을 듣지 못하였다. 이러한 가장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애매하다면 정말 공존이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할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그러한 의문에 대하여, “뭐 그렇지는 않겠지….” 하는 식으로 애매하게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는 모든 국민의 이름을 걸고 물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종교는 과연 평화공존을 인정하고 있는가?”라고. 만약 거기에 대해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모든 국민이 그 종교로 개종하든가, 그 종교를 상대로 모든 다른 종교가 싸워야 한다는 결론이 있을 뿐이지 않은가?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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