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습니까? 언젠가 한 초등학생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 아바타 구입비로 150만 원을 쓰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부모의 꾸중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어느 30대는 사흘간 쉬지 않고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하다 숨져 신문지상에 보도까지 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죽음을 과연 개인적인 일로만 돌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는지 냉정히 살펴봐야 할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사회는 과학의 발달과 문명의 이기로 인한 물질의 풍요로움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간 간의 관계는 물질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소외와 단절의 층이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따스한 정에 영향받지 않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에게 ‘온라인’은 피난의 공간이자 의지처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점점 ‘온라인’에 기대고 시간을 대폭 할당함으로써 ‘중독’에 빠져 듭니다.

물적 토대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각종 중독 문화는 어쩌면 당연한 병적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인간 간의 대화보다 기계에, 혹은 물질에 탐닉하고 의존하는 것이 더 흥미있고 매력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세태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중독 문화’는 개인의 중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범죄로 이어져 인간사회의 황폐화를 부르는 주인(主因)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내놓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인구의 9.3%(약 3백만명)가 도박중독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경륜, 경마, 인터넷, 카지노 등의 순으로 도박중독자가 포진돼 있으며 약물중독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 인구 10명중 1명(239만명)이 니코틴 중독자, 6명중 1명(143만명)이 알코올 중독자로 파악된 결과를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아병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동방의 병든 남자’라는 뜻입니다. 1840년 중국이 ‘아편전쟁’을 치르면서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들에게 들었던 조롱입니다. 당시 청나라의 하층민들은 ‘아편’에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백성의 아픔과 처지를 간과한 정부의 탓도 컸지만 약물중독의 위험성을 알지 못한 백성들의 어리석음에도 원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중독은 자신을 폐쇄적이며 극단적인 공간으로 몰아가는 주범입니다. 대화를 단절케 하고 다른 이와의 소통과 교류를 억제합니다. 동시에 자신 또한 무기력한 존재로 떨어뜨립니다.
부처님 재세 때의 일입니다. 술을 무척 좋아하는 노공(老公)이 있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취해있기 일쑤였던 이 노공에게 어느 날 가르침을 주고자 부처님이 불렀으나 노공은 거절하였습니다. 그 날도 술에 대취하여 집으로 돌아오던 노공은 그만 나무에 부딪쳐 넘어져 많은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 노공에게 부처님이 물으셨습니다. “오백 차에 가득 실린 섶을 태워버리고자 한다면 몇 차의 불을 쓰면 되는가?” “많은 불은 필요없습니다. 팥알만한 불로 잠깐 사이에 태워버립니다.” “공은 그 옷을 입은 지 얼마나 되는가?” “일 년 됩니다.” “그 옷을 씻어서 때를 지우는데 얼마나 걸리는가?” “물 한 말이면 잠깐 동안에 깨끗이 씻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에 말씀하셨습니다. “공이 쌓은 죄도 오백 차의 섶과 같고 또한 일 년 된 옷의 때와 같다.” 이 말을 들은 노공은 곧 깨달아 오계를 받아 지니고 이후부터 일체 술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술의 10가지 병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얼굴빛이 나빠진다. 둘째 힘이 적어진다. 셋째 눈이 밝지 못하다. 넷째 성내는 형상을 나타낸다. 다섯째 살림살이와 재산을 무너뜨린다. 여섯째 질병이 더해진다. 일곱째 싸움을 즐긴다. 여덟째 명예가 없어지고 나쁜 소문이 퍼진다. 아홉째 지혜가 줄어든다. 열째 죽은 뒤에 삼악도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술과 관련된 경계의 말씀이지만, 다른 중독 현상과 결부지어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떠한 형태든 중독이 됐을 경우 얼굴빛이 나빠지거나 힘이 적어지거나 눈이 밝지 못하다거나 성내는 형상을 나타낸다는 것은 자신의 무력과 단절의 증상을 말합니다. 나아가 중독의 큰 폐해라 할 수 있는 재산탕진이 그 후유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정신질환까지 부르게 돼 지혜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각종 도박과 술과 마약에 나는 관계가 없다고 해서 무관심해서는 안됩니다. 그 무관심이 바로 나의 이웃을 중독에 빠져들게 하는 원인입니다. 불자들이라면 이런 중독을 부르지 않게끔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우리 사회에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보살심이 병폐의 중독을 막는 처방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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