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않는 불교에 신도 등돌려
모범적인 출가자 행보와 청정성
중생의 희망·기쁨임을 알아야

최근 불교계의 여러 논란을 보면 역시 정치권과 종단 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서 강화되고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경쟁과 경제적 이유만으로 일반 대중의 공공성이나 복지 개념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 각종 민영화를 통해 가진 자들이 더욱 가질 수 있는 체제라는 점에서 뭇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요익중생의 불교적 가치와는 당연히 상충되는 면이 많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하는 종교가 아니라 권력과 재력을 지닌 자들과 함께하는 종교라면 모를까, 이 점에 있어서는 어느 종교이건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 들어서 불교계가 취한 모습은 결코 부처님 가르침에 적합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미 불교계가 집권 권력에 약하고 종종 결탁하는 모습이 있어왔기에 이에 대한 지적이 새롭지는 않다 해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종단 차원의 대처나 심지어 생명과 생태계의 존중을 말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에 대한 조계종단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한국불교에 대한 절망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더욱이 강남 봉은사 직영문제와 더불어 제기된 조계종단과 정치권과의 야합 문제는 화쟁위원회라는 허울 좋은 기구를 급조하여 사회현안인 4대강 문제와 함께 다루겠다고 하더니 결국 사안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없이 모든 사태를 유야무야로 만들어 버렸다. 종단은 고도의 정치적인 행보를 통해 사대부중의 불교 개혁의 염원을 무시한 셈이다.

이제 불교계 예산 문제로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하다. 물론 현재 주장하는 바가 바르다면 과거의 행태를 탓하면서 현재 모습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를 반영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불교계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에 우려와 의혹이 따르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겉으로는 당당하게 불교계의 입장을 주장하면서도 이면으로는 정치권과 거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조계종단은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현 정권 들어서서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시끄러운 파열음도 결국 정부와 국민 간에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에 있었던 촛불 사태 당시 과학적 사실마저 왜곡하면서 거짓말로 일관한 모습이 구제역 사태에서도 과학적 근거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베트남 여행객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여전히 그러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사회 여러 분야에서 있는 그대로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특정 계층이나 권력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단의 모습도 이와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점이 많은 신심 깊은 불자를 종단으로부터, 불교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당장의 이익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무엇이 이 시대의 불교적 가치이며 실현 방법인지 철저한 반성과 더불어 구체적 모습으로 나타나 사부대중에게 신뢰받는 조계종단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구호를 말한다 해도 사부대중은 따르지 않는다. 여러 사회재난이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는 이 시대에 참된 종교의 모습과 사표로서의 출가자의 행보가 중생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빛이 되기를 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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