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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화하는 참회가 진짜 기도
  • 장영우 동국대 교수
  • 승인 2010.11.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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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적 내용의 기도로는
내면 욕망·갈등 해결 못해
마음 다스리는 게 중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친다 싶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대학수능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단다. 그러고보니 지난 시월 한 달은 수시모집 때문에 매주 토, 일요일마다 입시업무로 쉬질 못했다. 수험생들이 제일 힘들겠지만,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학부형이나 입학시험에 동원되는 대학의 교직원들도 고생스럽긴 매한가지다.

주말 TV 뉴스에서 대구 팔공산 갓바위가 크게 다뤄졌다. 수능시험을 볼 자녀들 둔 부모들이 기도에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그곳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TV에서는 갓바위에서 치성을 드리는 학부형들의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모여 기도하는 장소가 어찌 그곳뿐이겠는가. 우리나라에는 시쳇말로 ‘기도발이 잘 받는’ 기도 도량이 산재해 있다. 방방곡곡의 웬만한 고사 명찰은 영험한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뿐이랴, 모르긴 해도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회나 성당 또는 수도원, 기도원 가운데도 그런 곳이 적지 않을 터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나라에는 수백만의 학부형들이 전국의 이름난 기도처에서 지극정성 기도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학부형들의 기도 일수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도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 자식 시험 잘 보게 해주십사’하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결코 ‘내 자식 좋은 성적 내게 해달라’거나 ‘내 자식만 합격시켜 달라’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자식들이 실수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과 깜냥에 맞는 성적을 얻기 바란다. 그들은 자식을 기르며 이런저런 기원과 치성을 드리는 동안 나름의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기도에 삿된 마음이 깃들면 결코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어머니들의 현명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자식의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모든 잘못을 자신의 정성부족과 잘못으로 돌린다. 그들은 결코 자식의 노력 부족이나 실수를 불평하지 않으며, 그날의 날씨나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부덕을 자책하고 또다시 길고 긴 참회와 기도의 일정을 잡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 마음이야말로 자식을 불쌍히 여기는 어머니의 마음, 곧 자비심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가족을 위해 백일, 천일기도를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절이나 교회, 성당 또는 정체가 다소 수상쩍은 곳에서조차 오직 한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나라가 이런저런 사고나 재난을 겪으면서도 나날이 국운이 나아지는 것을 나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 덕이라 생각한다. 그 순수한 자비심이 우리 가정과 국가를 건강하게 지탱한다고 믿는다.

학부형의 간절한 기도가 효과를 보았다면 그것은 어머니와 자식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지, 장소가 특별히 좋았기 때문은 아닐 터이다. 이 점과 관련해 생각해 볼 것은 그들의 기도 내용이 개인의 출세나 건강 같은 기복적 내용으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가족의 성공과 건강만을 위해 기도하다보면 정작 자기 내면의 욕망과 갈등은 해결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름난 기도처를 찾아 가족의 만수무강이나 부귀영화만 빌 게 아니라 마음속에 그럴듯한 기도처를 세워 제 마음부터 다스리도록 하자. 일체유심조란 가르침대로, 각자의 마음속에 도량 한 채를 짓고 매일 참회와 기도를 하자. 그곳보다 아름답고 영험한 기도처가 다시 어디 있으랴.

장영우 동국대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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