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정 산 총무원장

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한 학생이 새벽에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아버지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했습니다. 이유인즉 아버지의 폭력이 싫어서였고 ‘아버지만 없으면 행복해질 것 같아’ 불을 질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학업성취도나 물질적 풍요 면에서 놀랄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배고파 물로 허기를 달래던 시절은 이제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 잊혀지고 있습니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풍요를 누리면서도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행복지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부모들은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아이들은 부족한 것이 없으므로 불행해 할 이유가 없다고, 오히려 청소년들의 불만과 짜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할런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같은 생각은 크게 엇나가고 있습니다.
2010년 한국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지수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청소년 자살률은 1위를 달립니다.

아버지만 없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집에 불을 지른 학생의 빗나간 행동도 분명 지탄받아야 하겠지만 아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이끌지 못한 아버지의 처신도 문제가 적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부처님은 《육방예경》을 통해 부모가 자식의 교육과 지도에 대해 이렇게 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첫째, 악으로부터 멀리 하도록 지도하라는 것입니다.(制子不聽爲惡) 둘째, 착한 것을 가르쳐 주도록 합니다.(指授示其善處) 셋째, 사랑이 그 골수에 사무치도록 합니다.(慈愛入骨徹髓) 넷째, 좋은 사람과 결혼시켜 줍니다.(爲子求善婚娶) 다섯째, 수시로 필요한 물건을 대어 줍니다.(隨時供給所須)

부처님은 이같은 부모의 일반적인 의무 이외에도 자식들에게 사회인으로서의 덕목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보시와 친애의 말을 건네는 것(愛語), 이 세상에서 남을 위하는 것의 실천(利行), 그리고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적당히 협동하는 것(同事), 이런 것들이 세상에 있어서의 애호(愛護)라는 것이니 마치 회전하는 수레의 차축과 같다. 만약 이와 같은 네 가지 애호를 행하지 않는다면 자식으로부터 받아야 할 존경과 부양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현명한 이는 이러한 애호를 잘 관찰하기 때문에 그들은 위대하고 칭찬받기에 이를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네 가지 애호란 사섭법을 말합니다.

그런데 《육방예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살펴보면 이같은 일반적 사회덕목을 몸소 부모가 실천해 보임으로써 자식으로 하여금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라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부모는 단지 말로써 자식을 교육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자식의 행동이 어긋났을 때 이를 단지 훈계나 훈육하는 것 만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자식이 그를 봄으로써 스스로 자각하게 하는 과정의 교육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신사임당과 이율곡을 떠올립니다. 그만큼 두 모자의 일화가 세간에 더 널리 알려진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율곡의 인격에는 그의 아버지 이원수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 외아들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우유부단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록에 전하는 이원수의 평은 “진실하고 정성스러워 꾸밈이 없으며 너그럽고 검소하여 옛사람다운 기풍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어릴 적부터 보고 지내 온 율곡으로서는 아버지의 병세가 한때 악화하자 자신의 팔을 찔러 피를 낸 뒤 입 속에 넣어드리는 효심을 발휘했습니다. 어쩌면 이원수는 신사임당의 그늘에 가린 ‘작은’인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밖에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그의 진실과 겸손은 율곡이 훗날 ‘큰 인물’로 성장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율곡은 늘 한결같은 아버지의 순수한 심성에 감화되었던 것입니다.

《육방예경》의 내용은 과거 원시불교시대에 결집된 것으로 시대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주의깊게 음미하면 지금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커다란 교육적 차원의 가르침이 녹아 있습니다.

한 가계의 건강한 존속이야말로 사회로 확대되어 훌륭한 사회건설을 이룬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가정 내에서 이같은 《육방예경》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실천해 나간다면 신문지상에 반인륜적인 사건 사고의 기사는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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