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상 기후로 예기치 않은 소나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고 우산없이 출근했다가 쏟아지는 빗줄기로 낭패를 겪는 일이 허다합니다. 우리 인생에도 이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번 여름날의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실제 뜻밖의 낭패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으면 고통과 시련을 피해갈 수 있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을 보다 체계있게 영위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책에 있습니다. 책은 인생의 지혜를 일깨워줍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은 책으로 만들어지고 가꾸어집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어떠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돌파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7일 국내 대표서점인 광화문 교보문고가 5개월간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후 3일간 21만 명이 교보문고를 찾았다는 소식이 고무적입니다. 비록 이런 저런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에서도 현명하게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특기할 점은 이번에 새로이 개장한 교보문고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테마매장’을 개설했다는 부분입니다. 정기적으로 테마를 선정하고 관련도서를 모아 전시하는 테마매장은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통섭형 코너의 형태를 띰으로써 한 주제에 대해 깊이있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불교도서는 여전히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불서는 인생을 사는데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의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훌륭한 스승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등대’이자 ‘길잡이’입니다. 불서야말로 중생들에겐 훌륭한 스승인 것입니다. 그런데 불서를 가까이 하는 것을 등한시 한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요? 예화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배를 이용해 바다를 건너 무역을 하는 장사꾼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어느 날 길일을 잡아 먼 장사길에 나섰습니다. 멀고도 험난한 바닷길을 건너자면 뱃길을 잘 아는 길잡이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어렵사리 길잡이를 구해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갑자기 파도가 높이 일고 바람이 거세졌습니다. 그들은 겁에 질려 이 어려운 고비를 어떻게 넘길까 상의했습니다.

“이곳은 바다의 신이 지배하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려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빌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를 제물로 바쳐야 할 것인지 고민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친한 친구사이 아닌가.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없듯이 당신도 나를 죽일 수 없잖은가.”

이때 누군가 묘안을 찾았다는 듯 말했습니다.

“좋은 수가 있다. 우리는 서로 친구 사이라 안되지만, 저 길잡이는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 그를 제물로 바치면 되지 않겠는가.”

상인들은 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고 길잡이를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노련한 길잡이를 제물로 바쳤으니 파도치는 험난한 바닷길을 헤쳐나가는데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결국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좌초돼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불자여러분!

이 예화가 들려주는 교훈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전은 길고 험난한 여정에서 우리 인생항로를 밝혀주는 등대이자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길잡이와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위기와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지혜롭게 대처하고 극복하게 해주는 해법이 모두 불전 속에 담겨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자들의 불교도서 독서량이 일 년에 채 두 권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는 실로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자화상입니다. 불전이야말로 우리를 모두 잘살게 만드는 법을 무궁무진하게 안고 있는 보물창고와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문제와 직면합니다. 그럴 때 부처님은 하나하나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자상하게 일러주시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지도자들이 중도에 낙마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출세나 성공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낙마하는 지도자의 경우에서 우리는 그들의 정당치 못한 처신과 이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전의 지혜를 빌어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겐 음해와 모략도 결코 그를 상처내지 못합니다. 오히려 비온 뒤의 푸르름처럼 빛을 더해줍니다. 불전을 읽는 유익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천태종  춘 광 감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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