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첫 가을걷이가 실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태풍 ‘뎬무’가 덮치고 지나갔지만 농부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엔 심술을 부릴 수 없었나 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적 화두는 아마 ‘상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청년실업문제를 비롯하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증가와 중산층의 급속한 해체 등이 그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지 않으면 공업중생으로서 함께 느껴야 할 위기감이 더욱 팽배해질 것입니다.

‘상생’이란 서로 힘이 되어 함께 잘 되어 나가자는 불교정신의 하나입니다. 불이 나무를 태워 음식을 익히는 것은 상생이지만 산불과 같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상극입니다. 자동차와 휘발유는 상생의 관계이나 마약과 인간의 관계는 상극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상생의 조화로운 관계가 유지될 때 사회적 가치와 인간의 행복지수는 높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먼저 대기업 LG그룹이 상생경영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LG그룹은 중소기업과 납품업체 등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자 총 740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습니다. 자금지원은 ‘상생 협력 5대 전략과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상생을 위한 기본계획은 다름아닌 협력업체 현금결제 확대, 그린 기술 공동 개발, 온라인 고충처리 상당창구 개설 등으로 주로 협력업체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해소에 있습니다. 충분히 상생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상생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예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노르웨이의 바스토이 교도소는 시사하는 바가 남다릅니다. 바스토이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남단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섬으로 전체가 교도소입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높은 담장이나 철문이 없습니다. 재소자들은 전혀 무장하지 않은 교도관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출소 후의 삶을 위한 재활교육에 전념합니다. 이곳의 재소자들은 대부분 살인죄등 중범죄자들로 10년간 단 두 건의 탈옥시도만 있었을 뿐 모두 모범적인 수행생활을 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은 출소 후 반드시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와 정착한다는 것입니다. 한번 죄를 지었다 해서 영원히 사회의 소외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따스한 이웃으로 어깨를 같이 한다는 것은 갱생이 상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습니다. 상생의 힘을 불어넣는 그 재소자 교육의 내용과 힘이 부럽습니다.

모기장 하나에도 상생과 관련한 진한 감동이 있습니다.

우간다를 비롯해 아프리카에서는 매 30초마다 한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숫자로 추산해보면 약 200만명의 어린이가 한 해 말라리아로 숨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바로 모기에 있습니다. 모기의 확산은 지구 온난화가 원인입니다. 기상이변으로 매년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있고 이러한 환경 탓에 급증하는 모기는 말라리아 뿐 아니라 뎅기열, 황열병 같은 다양한 질병을 사람들에게 옮기고 있습니다. 예방 및 치료약은 내성이 생긴 데 따른 약효가 떨어지고 가격 또한 비싸 보급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 말라리아 퇴치단체에서는 모기장을 구입해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축구스타 베컴도 모기장 후원광고에 출연했습니다. 모기장은 싸면서도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모기장 하나로 아이들의 사망률이 25%까지 내려갔다고 전해집니다. 멀리 대한민국의 땅에서 건너간 작은 모기장이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작은 정성에 고마운 손길을 내밉니다.

불자여러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자꾸만 개인주의화 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동체적 삶과 그 가치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회의 유행은 쉽게 따라하는데 진정 추구해야 할 인간 본래의 가치는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가령 특별한 날 큰 운동장에 수천 수만명이 모여서 전통 문화잔치를 벌인다고 해서 그것이 공동체의 삶은 아닐 것입니다. 여의도에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정치 연설이나 설교를 듣는다고 해서 그것이 공동의 삶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동의 이익과 가치실현이 가능할 때 그것을 공동체적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생의 정신은 이를 실현시켜줄 수 있는 덕목입니다. 사회계층 간의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상생의 정신입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없으면 진정성이 없게 되므로 갈등과 대립, 반목이 생겨납니다. 반대로 나 자신을 대하듯 타인을 생각하게 되면 갈등이 생겨날리 만무고 긍정적인 힘을 서로가 북돋워주므로 웃음꽃이 피어나게 됩니다. 상생은 바로 이같은 웃음꽃을 피워주는 씨앗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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